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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사회성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7월
평점 :
지금까지 읽은 편혜영 작가의 소설은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기괴하고 불쾌한 이야기들이었다.
대표적으로 <홀>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유일하게 남은 보호자인 장모의 간병을 받으면서 겪는 극한의 고립과 섬뜩한 집착, 그리고 놀라운 진실이 잔혹하게 그려진 소설이었다.
단편집 <아오이가든>은 도저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라, 내가 모르는 감춰진 곳에서 분명히 일어난 불행 같아 단번에 읽을 수 없었다.
그래서 편혜영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면 단단히 마음을 먹고 책을 펼치곤 한다.
<새들의 사회성>이라는 제목과 푸른 하늘, 낮은 산, 그리고 흰색의 조립식 주택을 실은 화물 트럭이 벼가 익어가는 시골길을 달리는 표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
발표 시기가 각기 다른 여덟 편의 단편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끊임없이 그래도 살아가라고 이야기한다.
실종되기를 원하는 여자들을 돕는 여자가 등장하는 이야기에서도, 단둘이 살던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엄마가 뜨던 스웨터를 다른 사람과 함께 떠가던 여자도 살아간다.
아버지의 장례를 두 번씩 치러야 했던 남자도 팍팍한 삶을 이어간다.
표제작 <새들의 사회성> 속 두 여성도, 친구의 죽음 뒤 함께 묘지를 찾아가던 여자들도 결국 살아간다.
이번 소설집 속 여덟 편의 소설은 현실의 누군가가 겪고 있을 법한 이야기다.
그래서 ‘시체, 개구리, 구더기, 쓰레기, 쥐, 고양이, 피…’가 난무하던 ‘아오이가든‘보다 훨씬 읽기 편했고,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오랜 시간 소설을 써온 작가의 글은 비슷한 연배인 탓인지 더욱 편하게 읽혔다.
때로는 코끝이 찡해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그들이 앞으로도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