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우 작가의 단편집 <유령의 이름으로>을 읽은 지 4년이 흘렀다.그동안 기회가 닿는 대로 작가의 단편을 읽었더니 <지상의 밤>에 수록된 일곱 편의 이야기 중 세 편은 이미 다른 지면을 통해 읽은 소설이다.<지상의 밤>에서도 임선우 작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은 여전하다.권태기를 겪던 커플은 남자가 물이 되어버리자 여자는 그 물로 슈톨렌을 만들어 먹고, 만두 가게 앞에 갑자기 생긴 싱크홀은 사실은 만두를 먹으러 찾아오는 두더지들의 지름길이다.육 년 동안 스스로를 방에 가둔 남자는 해파리가 되려고 하고, 죽은 지 한 달이 지난 개는 유령이 돼 나타나 함께 시간을 보낸다.심지어 서로의 신체의 일부를 접합하는 수술을 통해 상대와 정신적으로 연결되는 사람들도 등장한다.임선우 작가의 소설이 좋은 이유는, 이처럼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읽고 나면 등장인물들의 사정이 더 선명하게 다가오고, 어느새 그들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그의 소설이 모두 비현실적인 설정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다정한 동네 친구였지만 사소한 일로 관계가 멀어진 두 사람의 이야기도 있고, 상실을 겪은 노년의 여성이 새로운 인연을 통해 조금씩 위로받는 이야기도 있다.작품 속 대부분의 인물들은 상실을 경험하고,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 위로를 얻는다.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도, 일어나서도 안 될 이야기들이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이 겪는 감정만큼은 언젠가 한 번쯤 우리가 경험했거나 마주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그래서 임선우의 소설은 환상으로 시작해 끝내 현실의 마음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