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이라는 귀여운 느낌이 떠오르는 제목과 “다시는, 다시는. 먹지 말자, 먹지 말자. 사람을, 사람을.”이라는 다소 상반된 자극적인 문구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해 집어 들었다.엄마와 살아가는 자매는 어릴 적부터 둘만의 신호를 만들어 세상의 온갖 것을 함께 삼킨다. 장난처럼 시작된 행동은 자신들을 괴롭히는 존재까지 삼켜 버리는 일로 이어지고, 그 대가는 몸의 고통과 ‘보글’이라는 기이한 변화로 돌아온다. 엄마의 죽음 이후 낯선 할머니 집에서 살아가게 된 자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와 비밀을 마주한다.자매가 입을 모아 무언가를 먹는 행위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작품은 최진영의 <#구의증명>이었다. 두 작품 모두 식육이라는 강렬한 소재를 사용하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다. <구의 증명>이 사랑하는 이를 몸 안에 품어 상실을 견디려는 애도의 방식이라면, <보글>에서의 식육은 감당하기 힘든 현실과 상처를 지워 버리고 싶은 욕망에 가깝다.그래서인지 『보글』 속 자매가 겪는 식육의 후과는 더 큰 고통과 두려움으로 되돌아온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할머니에게 찾아온 변화를 어린 자매가 감당해야 하는 장면이었다.판타지 속 이야기임에도 현실의 돌봄과 상실을 떠올리게 해 오래 마음에 남았다.『보글』은 상처와 죄책감을 삼켜 없애는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그것을 마주하고 견뎌 내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다.내게 ‘보글’은 삼켜 없앴다고 믿었던 상처와 죄책감이 끝내 우리 안에서 끝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상처의 흔적처럼 읽혔다.기괴한 상상력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인간의 상처와 성장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