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란 작가의 소설은 담담하고 슴슴해서 좋다.너무 아프지도 너무 슬프지도 너무 무섭지도, 그렇다고 너무 행복하지도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는 내가 아는 누군가의 이야기 같아 공감하며 읽게 된다.기주는 오랜만에 한때는 가까웠지만 사소한 일로 사이가 멀어진 원경의 연락을 받게 된다.꽤 먼 곳에 있는 원경의 카페를 회사 동료인 장과장과 찾아가지만 원경은 만나지 못하고 원경의 엄마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기주의 일상은 특별할 것 없이 흘러간다.예전에 아르바이트했던 편의점 사장과 이야기하고 안면이 있던 위층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애도하는 시간을 갖는다.회사 동료들과 그다지 친근하지 않은 것 같지만 원경을 찾아갈 때는 장과장과 동행하기도 한다.느긋하게 전집에서 막걸리를 한잔하다 손님들이 밀려와 쫓기듯 나오지만 포장해 준 전을 보며 그리 속상해하지 않는다.남자 친구인 성우와도 덤덤하게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관계다.가정 폭력을 행사한 아빠가 있었고 엄마는 기주를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원해 밀어냈지만, 부모를 크게 원망하지는 않는다.아버지와 관련된 기억에 과도하게 화를 낸 마음을 기주 자신조차 설명할 수 없는데 누군가 이해해 주길 바랐던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이 왠지 홀가분해 보인다.원경과 마지막으로 갔던 카페에 간 그날은 기주의 해피 엔드한 날이었으리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