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면지에 2007년 11월에 구입했다는 메모가 있다.읽기도 그즈음에 읽었을 것인데 18년 만에 재독한 소설은 내용이 전혀 생각나지 않아 새로 읽은 소설이나 매한가지다.칠십대의 노작가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여러 지면에 발표한 소설을 한데 묶은 소설집은 9편의 소설이 실려있다.소설집 속 인물들은 ‘촛불 밝힌 식탁’을 제외하고 모두 중년과 노년의 여성들이 소설의 중심이 돼 이야기를 펼쳐나간다.나는 작가가 살았던 시절을 살지도 않았고 소설 속 인물들과 동년배가 아닌데도 그 시절의 정서를 고스란히 느끼며 읽었다.특히나 ’후남아, 밥 먹어라’를 읽으며 주인공의 엄마와 같은 처지에 있는 엄마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촛불 밝힌 식탁’은 젊었을 때의 나라면 아마도 숨소리도 내지않는 며느리에 공감하며 읽었을 것이다.지금은 자식을 ’불빛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쯤에 두고 싶은 노부부의 마음을 이해하는 나이가 돼 버렸다.작가의 눅진하고 연륜이 느껴지는 글을 읽으며 아무리 좋은 글 솜씨를 가졌더라도 어떤 이야기는 그 나이가 돼야 쓸 수 있고 독자 역시 어떤 나이가 돼야 작가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오래된 책 냄새와 누렇게 변한 책장을 넘기다보면 소설 속 노년의 풍족함이 현재의 노인 빈곤과 겹쳐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우리 부모의 이야기고 머지않은 내 이야기일 것 같아 재미를 넘어 공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