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돼 꼬마이실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차디찬 밤이다.새끼 거미 한 마리방바닥에 내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문밖으로 쓸어 버린다.어느샌가 새끼 거미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어디 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부모님은 아이를 남겨두고 먼 길을 떠납니다.강아지도 병아리도 다 엄마와 함께 있는데 아이는 부모님이 언제나 오실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늦은 밤, 방 안에서 새끼 거미 한 마리를 발견한 아이는 아무 상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립니다.어느샌가 새끼 거미가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고, 가슴이 저릿한 아이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립니다.‘토속적인 우리말로 민중들의 삶을 노래한 뛰어난 시인’ 백석의 <수라>를 그림책 편집에 따라 읽기 편하도록 문장을 일부 변형한 시 그림책입니다.무심코 새끼 거미를 문밖으로 버린 아이는 자꾸 나오는 거미 가족이 자신의 처지 같아 마음이 쓰입니다.백석의 <수라>는 읽은 적이 있었지만, 시인이 말하고자 했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은 탓에 그림책을 보고도 예전에 읽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그림책으로 재탄생한 시는 시집에서 읽었던 시와는 달리 명징한 느낌을 전하고 있습니다.굳이 ‘흩어진 거미 가족의 모습 속에서 1930년대 우리 민족이 처했던 슬픔을 담은 작품‘이라는 설명 없이 아이의 표정만으로도 그 뜻을 헤아리게 됩니다.아이의 모습에서 추운 바깥으로 쓸어버린 거미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집니다.앞 면지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그 시대를 잘 고증한 그림과 아이의 슬픔 표정이 어울려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시 그림책으로 다시 탄생했습니다.그림책을 본 뒤 <수라>를 다시 읽으니 참 슬프게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