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정호승 우화소설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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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비채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몇 년 전 화순 운주사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온전하게 보전되지 않은 천불천탑과 골짜기 언덕 위에 누워있는 거대한 와불을 보고 오는 길에 정호승 시인의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로 시작하는 <풍경 달다>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호승 작가의 우화소설 <인연>은 운주사 대웅전 처마 끝에 달려있는 풍경의 물고기가 비어가 돼 경험한 모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서울 조계사에 계산 한 스님이 ’불교백화점‘에서 운주사 대웅전에 달기 제격이라고 생각해 산 풍경 한쌍은 대웅전 서쪽 처마 끝과 동쪽 처마 끝에 자리를 잡습니다.

서쪽 처마 끝의 푸른툭눈은 동쪽 처마 끝의 검은눈툭을 사랑하지만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삶이 다가 아닌 듯 여겨집니다.
어느 날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새끼 제비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날린 푸른툭눈은 하늘을 나는 비어가 되어 세상을 향해 날아오릅니다.

푸른툭눈은 자유롭게 날아 바다에 다다르게 되고 그곳에서 흰물떼새와 바다를 더욱 아름답게 한다는 섬을 향해 출발합니다.
그러나 흰물떼새는 공격하는 청회색 매에게서 푸른툭눈을 구하고 매의 먹이가 되고 맙니다.
죽음을 처음 목격한 푸른툭눈은 왜 흰물떼새가 자신을 위해 목숨을 던졌는지 곰곰이 생각하며 괴로워합니다.

소설은 운주사를 떠난 푸른툭눈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붕어찜 식당에서 요리가 될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저수지에서는 낚싯바늘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 사랑했던 잿빛 비둘기에게 버림받기도 합니다.

푸른툭눈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자신과 꼭 닮았지만 정적이고 현재의 안정적인 삶에 만족하는 검은툭눈을 이해하지 못해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고 싶어 합니다.
끊임없이 사랑을 찾아 헤매는 모습은 우리 인간을 많이 닮아 있습니다.

사랑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우리는 그 사랑을 믿지 못해 힘들어하곤 합니다.
처음 본 푸른툭눈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흰물떼새도 있고 민들레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 나가는 아이도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자 헌신짝처럼 사랑을 버리는 이도 있습니다.

불같은 사랑도 좋고 언제나 함께 꼭 붙어있는 사랑도 좋지만 진짜 사랑은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를 반겨주는 사랑이 진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 “내가 진정 사랑을 했으면 그것이 곧 성공이야.”(p156)라는 검은툭눈의 위로가 크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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