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는 보림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은 도서입니다.>새벽부터 태양이 뜨겁게 타오르던 날, 한 여자아이가 터벅터벅 걸어옵니다.그리고 작은 바위가 만든 그늘에 앉아 태양을 피합니다.뱀 역시 바닥이 뜨겁지 않은 곳을 찾아 그늘 안으로 들어와 여자아이와 마주 앉습니다.잠시 후 혀를 축 늘어뜨린 여우가 도착해 그늘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오후가 되자 토끼가 오고 고슴도치 그리고 멧돼지가 뒤따라옵니다.그 후 염소와 여러 마리의 새들까지 오자 그늘 안은 점점 북적입니다.그림책은 더운 날 작은 바위가 만든 작은 그림자 속에 많은 동물들이 쉬어 간다는 단순한 내용입니다.만약 누군가 그늘에서 함께 쉬기가 아닌 자신의 힘을 믿고 다른 동물들을 쫓아냈거나 먼저 도착한 동물들이 그늘에서 쉬고 있는 게 못마땅해 바위의 그늘을 없애려 노력했다면 그 그늘은 아무도 쉴 수 없는 곳이 돼 버렸을 겁니다.어디인지 모를 곳에 덩그렇게 놓인 바위와 태양이 만든 그림자로부터 시작한 40페이지 남짓되는 그림책에 사용된 배경색은 똑같은 색상이 하나도 없이 시간에 따라 조심스레 조금씩 다른 색으로 변해 갑니다.특별한 배경이 없는 그림책은 변해가는 배경색, 그림자의 길이와 위치만으로 시간의 흐름을 짐작하게 합니다.“책의 물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은 작가의 그림책은 보통 보아오던 그림책과는 다르게 가로로 긴 판형입니다.또한 그림책 속 그림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노출제본 방식입니다.군더더기 없는 그림은 새로운 친구들이 도착할 때마다 반기는 동물들의 몸짓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길지 않은 글이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정확합니다.등장하는 동물들은 그림책 속이 아니라 생태계에서 만났다면 함께 하기 어려운 존재들이라 작은 그늘을 나누는 모습에서 우리는 공존과 연대를 봅니다.혹시 나는 지금 나만 더 큰 그늘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이들을 밀어내고 그늘을 파괴하고 있지 않은 지 되돌아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