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도서는 열림원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아이들의 집>은 돌봄과 양육을 국가와 공동체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상상의 어떤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p268, 작가의 말)

아이에게 부모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는 세상, 부모의 경제력이 아이의 양육에 중요하지 않는 꿈같은 사회다.
집은 국가에서 제공받을 수 있고 아이의 식사와 교육과 돌봄은 아이들의 집과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시민들은 한 달에 하루, 돌봄 의무를 이행하면 된다.

어느 날 주거환경 조사관인 ‘무정형’이 담당하는 공공 임대 주택에서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죽은 아이의 친모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무정형‘이 입주 전 그 집을 조사했다는 이유로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는다.
죽은 아이는 무정형이 돌봄 의무를 이행하던 아이들의 집에 거주했던 ’색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소설은 아이가 살해된 집에 차례로 입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주거환경 조사관인 무정형이 그들의 사연을 따라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부모가 존재하지 않는 인공자궁을 통해 아기가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단체가 아기를 홍보 도구로 이용하는 일이 발생하자 경찰은 조사에 들어가고 당장 살 집이 필요한 아기는 급한 대로 양육선생님과사건이 일어났던그 집에 입주하게 된다.
아기가 아이들의 집으로 들어간 뒤 빈집에는 자신이 어떤 경로로 외국으로 입양된 지 모르는 ’관’이 입주해 친부모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소설은 아이는 낳기만 하면 국가에서 키워주는 돌봄과 양육이 완벽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에 행해지는 학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이비 종교 단체에 세뇌된 엄마는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학대하다 죽음으로 몰고 가고 파렴치한 어른은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과학을 빌려오기도 한다.
이유도 모르고 낯선 해외에 입양된 아이는 양부모의 학대 속에 자라고 어른이 된 후 국적 없이 떠돈다.

작가는 가장 잘 쓰는 장르인 호러의 느낌을 살려 아이의 주검을 앞에 두고 현실인지 상상인지 모를 모호한 상태의 엄마를 등장시켜 오싹하게 만든다.
그리고 가장 안전하고 편해야 할 집에서는 억울하게 죽은 엄마의 유령이 떠돌며 자신의 이야기가 세상에 전해지길 바란다.

부모의 의해 살해당한 아이들과 종교에 빠져 제 자식을 돌보지 않는 부모나 한때 외화 벌이쯤으로 생각했던 입양 그리고 국가의 의해 아동에게 가해졌던 폭력까지 완벽해 보이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가 지금껏 뉴스나 시사고발 프로에서 봐오던 사례들이라 더 끔찍하다.
거기다 그 집에서 지냈던 사람들의 사연이 한 곳을 가리키는 순간 느껴지는 음습한 공포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세상을 보여줘 슬프기까지 하다.

소설을 읽는 내내 저출산 시대에 낳기만 하면 국가에서 책임져 준다는 상투적인 말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한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대책은 더 큰 문제를 낳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의 안전과 행복은 보장할 수 없는 지경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설 속에서 벌어진 일들이 현실 속 어딘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져 그 어떤 공포 소설보다 두렵고도 무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