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는 열린책들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프린스턴 대학의 노교수인 바움가트너는 논문을 쓰던 중 책을 가지러 거실로 내려갔다 부엌에서 나는 냄새에 멈추어 선다.세 시간 전 아침으로 먹을 달걀을 삶을 때 사용한 작은 알루미늄 냄비가 불을 끄지 않은 화구에 여전히 올려있는 것을 발견한 그는 맨손으로 냄비를 들어 올리다 손에 화상을 입는다.거기다 일주일에 두 번씩 집안일을 해주던 플로레스 부인은 남편의 사고 때문에 못 온다는 연락이 오고 초보 검침원을 안내해 지하로 내려가다 계단에서 굴러 무릎을 다친다.노교수는 연속적으로 불행한 일이 일어난 아침, 10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떠올리며 그녀를 회상한다.아내가 죽고 난 뒤 그는 아내가 지금까지 써온 시를 모아 시집을 내 문단의 호응을 얻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 죽음의 책임을 느끼며 아내를 그리워한다.소설은 아내 애나의 이야기와 그녀가 남길 글, 그리고 유대인인 바움가트너의 부모 이야기, 그리고 애나가 남긴 시의 대한 논문을 쓰고 싶어 하는 비어트릭스 코언과의 교류를 담고 있다.바움가트너는 여전히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고 사랑하지만 다른 여자에게도 관심을 보이기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그렇게 살다 문득 느끼는 ‘환지통’처럼 아내의 부재를 깨닫고 그녀의 글을 읽고 그녀를 한없이 그리워한다.폴 오스터 생애 마지막 작품인 이 소설이 처음 읽은 작가의 소설이다.오랫동안 사랑받은 작가의 마지막 이야기는 소란스럽지 않고 특별하지 않은 일상과 과거의 회상을 담고 있어 읽는 내내 누군가의 삶을 되짚어 보는 기분을 들게 한다.우리는 살면서 많은 만남과 그만큼의 이별을 겪지만 가끔은 잊어버린 체 살아가기도 하고 어느 날 문득 몹시 그리워하기도 하며 그렇게 살아간다.인생의 마지막을 앞둔 작가는 어쩜 남겨진 이들에게 자신의 소설 속 바움가트너가 애나의 죽음을 겪고도 일상을 살아간 것처럼 씩씩하게 살아가라고 말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