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는 비채출판사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감독 이름이야 우리나라 배우들과도 함께 작업한 작품이 있고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의 수상 소식으로 익숙하지만 아쉽게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한편도 보지 못했다.하지만 젊은 시절 좋아했던 배우가 등장한 영화에 대한 기록이라는 설명에 덥석 고른 책이다.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중심으로 한 에세이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준비 과정은 물론 감독의 영화에 대한 담론을 엿볼 수 있다.책은 <이렇게 비 오는 날에>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미완선의 각본이 영화로 제작되기까지 2011년에서 2019년까지 8년의 기록이다.영화 준비과정에서 감독은 일본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에 놀라기도 하며 배우 섭외를 위해 공을 들이는 과정과 인터뷰를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특히 이선과 딸 역의 클레망틴의 첫 대면에서 아역 배우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들의 모습과 일곱 살 된 아이는 하루 최대 네 시간만 촬영한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감독은 영화 제작하기 위해 배우들이 출연했던 영화를 수없이 보고 마음에 드는 촬영지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배우는 자신의 기준으로 파리를 정의 내리고 성사될 듯하던 촬영지는 불발되기도 한다.감독이 여러 스텝들을 이끌고 배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장면을 조율하며 영화를 제작해 나가는 모습은 흡사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떠오르게 한다.감독이 찍은 여러 장의 현장 스케치 사진과 직접 그린 스토리보드와 그날그날 찍은 영화 촬영 기록들은 촬영 현장의 생동감을 충분히 느끼게 해 준다.거기다 이선 호크에게 보낸 정중한 편지는 배우를 대하는 진심 어린 감독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감독은 우리나라 배우들과 <브로커>를 찍었고 송강호 배우는 그 영화로 칸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바람이 있다면 다음 에세이에는 <브로커>를 찍을 당시의 생생한 기록을 제대로 방출해 줬으면 하고 바라본다.영화를 보지 않아 과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한편으로 걱정하며 책을 펼쳤는데 추억 속 찬란했던 배우들의 여전하고 꾸밈없는 모습과 쉽게 접할 수 없는 스토리보드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물론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궁금해지게 하는 에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