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조약돌 Dear 그림책
질 바움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정혜경 옮김 / 사계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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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호수도 강도 골짜기 개울도 없는 지역이다.
이곳엔 흐르는 물이 없다. 물은 깊은 구덩이에 고여 있거나
진흙에 엉겨 있거나 진창 속에 잠들어 있다.
오직 늪과 못뿐이다.”

나뭇가지나 종이로 만든 배마저도 꼼짝하지 않는 못은 낚시를 던져도 바늘만 반짝일 뿐, 물고기조차 동요하지 않습니다.
그 어떤 조약돌로도 물수제비 하나 뜰 수 없는 못은 마치 움직이지 않는 식인귀 같습니다.
못의 깊은 권태는 독처럼 사람들에게로 퍼져 나가고 어른들은 기쁨의 환호 한 번 지르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웬 허수아비 같은 차림의 남자가 나타나 작은 조약돌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남자가 던진 돌멩이는 굉장한 수제비를 만들며 튕겨 나가고 튀어 오를 때마다 반짝거리며 자주색, 황토색으로 주위를 물들이기 시작합니다.
마을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만나기 위해 못을 빠져나가고 언어가 다르지만 허수아비 아저씨와 더 놀고 싶어 조약돌을 주워다 줍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 “요안나 콘세이요”가 그림을 그린 A4용지보다 조금 큰 판형의 그림책은 울창한 나무가 가득 차 있는 표지에서부터 압도됩니다.
처음 펼쳐진 도시의 풍경은 암울하고 삭막해 동요하지 않고 정체된 못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여러 장에 걸쳐 펼쳐진 못을 그린 그림에서는 상쾌함보다는 지독한 물비린내와 우울함이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그런데 허수아비 차림의 남자가 던지는 조약돌은 물속의 잉어처럼 살아가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작은 균열을 낳게 합니다.
조약돌이 일으킨 파장을 따라 사람들은 고개를 젖혀 들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수면 위로 올라갑니다.
작은 조약돌 때문에 흐르지 않고 머물러 있던 세상의 아이들은 활기를 찾게 되고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무수한 함의를 담고 있는 글이 아름다운 그림을 만나 무엇이 세상을 변화시키는지 똑똑히 확인시켜 줍니다.
세상의 변화는 위대한 선구자가 나타나 커다란 바윗돌을 굴리는 데서 시작되지 않고 평범한 우리가 던지는 작은 조약돌에서 시작됩니다.
한번 시작된 균열은 낡은 것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것을 세우게 되지요.

그림책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단번에 날리며 변화를 두려워하며 현재에 안주하고 있는 마음에 파문을 일으킵니다.
혹시 주머니에 넣어두고 만지작거리고만 있는 작은 조약돌이 있다면 지금 당장 세상을 향해 던져보세요.
던지지 않으면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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