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있는 아홉 시간보다 퇴근 후 지하철을 타고 있는 한 시간이 더 싫은 ‘모아’는 정치 선전물 같기도 한 동영상을 이어폰도 없이 큰 소리로 듣는 아저씨가 불편했지만 이어폰을 꺼내 양쪽 귀에 끼는 것으로 그 상황을 무시한다.좋아하는 음악의 음량을 최대한으로 키우려던 찰나, 아저씨에게 항의하는 여자가 등장한다.둘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고 여자는 모른 척하는 ’모아’의 어깨를 치며 ”시끄럽잖아요.“ 라고 동의를 구한다.여자를 무시할 수 없었던 ’모아’는 너무 시끄러웠다고 소리치고 지하철 안의 여러 사람들이 동조하기 시작하자 남자는 욕을 내뱉더니 지하철에서 내린다.’모아‘와 함께 내린 여자는 모아에게 ‘속삭이는 모임’에 가입할 것을 권유한다.’모아‘와 자신을 ‘시내‘라고 소개한 여자, 회원은 단 둘이다.”비밀을 속삭이진 않으나 그것이 마치 큰 비밀이라도 되는 양 속삭여야 돼요.“ (p16)다음 날 만난 ‘모아‘와 ‘시내‘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수자‘도 회원으로 가입시킨다.’소란‘과 ’속삭임‘은 양립하기 어려운 단어지만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의 속삭임이 얼마든지 소란할 수 있고 그 소란은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누군가에게 나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 데 작은 목소리로 누군가에 귀에 속삭이는 순간 얼마나 상대에게 집중하는지 알게 된다.지하철이 불편했던 ‘모아’는 소란스러움이 불편하다고 목소리를 냈던 ‘시내’를 만나고 누구보다 소란스럽지만 다른 사람을 살필 줄 아는 ’수자’를 만나고 ’두리’의 사정을 알게 된다.혼자일 때는 절대 엄두를 못 내는 일도 둘이 되고 셋이 되고 넷이 되는 순간 힘이 쌔진다.누군가에게 집중하는 ‘속삭이는 모임‘이야말로 요즘처럼 소란한 세상에 꼭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