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해문클럽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엄마마저 싱가포르로 이주하자 ‘나‘는 우리 가족 누구의 출신지도 아닌 뉴욕을 떠나 네델란드 헤이그로 오게 된다.그리고 그곳에 위치한 국제 재판소의 일 년 계약직 통역사로 일하게 된다.현재 ‘나’는 런던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미술관 큐레이터인 ’야나’와 친밀하게 지내고 있고 아주 멋진 남자인 ’아드리안‘과 사귀고 있다.문제라면 아드리안이 결혼해 아이들이 있고 아직 결혼 생활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나’는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서아프리카의 어느 나라 대통령의 통역을 맡게 되면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한편 남자 친구인 ‘아드리안’은 결혼 생활을 결판 내기 위해 아내가 있는 포루투칼로 떠나며 ‘나’에게 자신의 아파트에서 지내라는 제안을 한다.친하다는 말보다는 왠지 격식이 느껴지는 친밀하다는 지내는 사이가 친하고 밀접한 것을 뜻하는 단어다.소설 속 ‘나’는 전혀 연고가 없는 낯선 나라에 살면서 사람들을 여러 방법을 통해 사귀고 친하게 지내기도 하고 친밀하게 다가오는 이들에게서 불편을 느끼기도 한다.헤이그에 정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이유 중 하나였던 연인은 친밀한 사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기도 하고 마음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 ‘야나‘와는 ‘아드리안‘이 끼면서 불편하고도 꺼림칙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친밀하게 지내고 싶었던 이가 동생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동생의 아내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관계가 끝나기도 한다.어느 순간 친밀함이 불편함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부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친밀하다고 하지만 멀리 떨어져 지내기도 하고 충분히 가까운 밀접한 거리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친밀하다고 할 수 없는 인물들도 등장한다.‘나‘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줬던 친구는 어느 순간 의논 상대에서 제외되기도 하고 사랑하던 연인의 친밀함마저도 별 것 아닌 것이 되기도 한다.친밀이 소원으로 변하는 순간 이유가 분명한 경우도 있지만 두 사람 사이에 작지만 미묘한 파열이 생겨 멀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소설 속 ’나’의 일상 역시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일들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가 나타나면서 벌어지기도 한다.소설은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고 겉으로 보기엔 평온함의 연속같지만 주인공인 ‘나’는 자신의 일은 물론 사랑과도 멀어지게 된다.살다보면 영원한 건 없는 것처럼 관계 또한 영원한 것이 없음을 알기에 ’나‘의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아 공감하며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