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와 혁명 - 2025년 제4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예소연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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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다산북스‘에서 제공받았습니다.>


<<1977년 제정된 이상문학상은 국내에 한 해 동안 발표된 모든 중.단편소설 중 가장 빼어난 작품을 선정해 표창함으로써 한국문학의 현재를 확인하고 나아가 한국문학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올해로 48회를 맞은 이상문학상이 주최사가 다산북스로 바뀐 후 첫 번째 작품집을 출간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발표된 약 300여 편의 중.단편소설 중 30편이 본심에 진출해 예소연 작가의 ‘그 개와 혁명‘이 대상을 수상했고 5편의 우수상 수상작을 선정했다.

영예의 대상작인 예소연 작가의 ‘그 개와 혁명‘은 80년 대 운동권이던 아버지가 암으로 사망한 후 치러지는 장례식의 단상을 그린 작품으로 죽음을 두려워했지만 장례식만은 유쾌하기를 바란 아버지의 바람이 담겨있다.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이 돼버린 NL이니 PD를 논하며 학생운동을 하던 아버지는 페미니스트인 딸이 상주 역할을 하기 바라며 찾아올 문상객들에게 일일이 전할 말을 준비해 둔다.

김기태 작가의 ’일렉트릭 픽션’은 엘리베이터에 붙은 메모 한 장으로 시작된 이야기로 소설의 화자가 ‘그‘에서 ’나’로 바뀌는 순간 현대인의 삶 속으로 오롯이 들어가게 된다.
문지혁 작가의 ‘허리케인 나이트’는 작가가 잘 활용하는 오토픽션의 소설로 나와는 처음부터 비교할 수 없는 위치에 있던 친구에게 도움을 받지만 그의 호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의 모습은 소설 속 남자의 모습만이 아니기에 가슴이 뜨끔해진다.

서장원 작가의 ’리틀 라이프‘는 회사에서 성공한 사람이지만 사지연장술 수술을 한 남자의 모습을 보며 말로는 타인에게 비치는 모습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실제 우리는 정말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나 생각해 보게 된다.
정기현 작가의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은 서울 외곽의 교회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두 남녀의 이야기로 아무나 쉬어 갈 수 있는 교회와 이유를 알 수 없는 낙서들과 골목길들이 눈앞에 그려지는 소설은 특별한 사건이 없어서 좋았던 이야기다.

최민우 작가의 ’구아나’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동거 중인 남녀의 평온한 일상에 여자의 오빠가 등장하면서 갈등이 일어난다.
결혼을 한 사이가 아닌 그들이 자신들의 생활을 지켜나가는 방법으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전셋집을 편리하게 바꾸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오랫동안 함께 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미 발표된 소설이라는 데 부끄럽게도 나에게는 다 새로운 작품들이었다.
소설들은 48년의 긴 시간 한국문학의 정통성을 이어온 문학상 수상작답게 재미있는 건 물론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남겨준다.
예소연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이 꼭 슬플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고 ’구아나‘를 읽으며 동거뿐만이 아니라 사랑을 유지하는 방법 역시 ‘우리를 위해’ 그것이 문고리든 서로의 마음이든 불편한 것을 고치는 데 있다는 정답을 얻었다.

이번 작품집은 예년의 작품집과는 다르게 작가의 대담이 실려있다.
소설은 독자가 읽고 느끼는 게 가장 우선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작가의 인터뷰를 읽으며 작가가 작품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재미있다.
특히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소설가와 문학평론가의 심사평을 읽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새로운 주최사에서 시작한 이상문학상이 오래도록 독자들과 함께 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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