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중국인의 삶
다이 시지에 지음, 이충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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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문학동네 해문클럽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문학동네에서 해외문학을 전담하고 있는 마케터가 사심을 담아 큐레이션한 서평단의 첫 번째 도서 “세 중국인의 삶”은 중국 출신 프랑스 소설가 ‘다이 시지에’의 단편집입니다.
모국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쓴 중국 이야기는 마케터의 추천평 그대로 “분명 정말 비참하고 참혹한 이야기인데… 시종일관 왠지 모를 아름다움과 담담함이 느껴집니다.”

귀도에서 가장 오래된 컨테이너에는 두부를 만들어 파는 벙어리 여인과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조로증을 앓고 있는 조카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교도소 급식 소장이 찾아와 아이에게 <호찌민>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많은 돈을 이모에게 주고 소년을 사갑니다.
아이는 멋진 곡예단에 들어가리라는 생각에 기뻐하며 감시인의 감시를 받으며 소장이 지시하는 바를 그대로 따르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합니다.

<저수지의 보거트>는 아버지의 별명입니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우리 집은 엄마가 일하는 공장의 전자제품 폐기물에서 나오는 납에 중독되지만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합니다.
어느 날 엄마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온 마을이 나서서 찾지만 그 종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 이야기 <산을 뚫는 갑옷>은 폐기물 공장에서 일하던 형이 납중독 진단을 받지만 의사도 손을 쓸 수 없게 되자 엄마와 차남은 형을 쇠사슬로 결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차남은 그런 형의 모습을 그려 마을에서 십 년 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학에 합격해 도시로 떠나게 됩니다.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으로 처음으로 제대로 작동되는 텔레비전을 사서 설날 집에 간 차남은 참혹한 관경을 목도하게 됩니다.

이름만큼 귀하지도 보배롭지도 않은 중국의 어느 섬 귀도(貴島)가 배경인 소설 세 편은 전자제품 폐기물 공장으로 변한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아름다운 섬 귀도가 전자제품 폐기물 공장이 들어서면서 섬뿐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마저 병들게 합니다.
살기 위해 시작한 폐기물 공장이 어느 순간 흉기가 돼 섬사람들을 공격합니다.

장애와 질병은 가난을 부르고 가난은 또 다른 질병을 부르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섬의 모습은 귀도에 국한되는 이야기라 아니라 더 슬프고 속상했습니다.
장애와 무지를 이유로 이용당하는 ’호찌민’을 보며 나는 혹시 누군가의 약점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보게 됩니다.

처참한 삶의 굴레에서 장애를 가진 조카의 쓰임이 무엇일지 고민하지 않고 이모는 돈을 받아넘기고 딸은 아버지가 엄마의 죽음에 관여됐을 거라고 의심합니다.
무서운 병은 자식이 인간이길 포기하게도 하는 소설 속 이야기들을 제발 소설에서만 존재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읽게 됩니다.
조국의 현실을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쓸 수밖에 없는 작가의 괴로움까지 느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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