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는 비채 서포터즈 3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여자들의등산일기>이후 8년 만에 출간된 소설의 속편이지만 독립적으로 읽어도 상관없다는 설명에 부담 없이 읽기 시작했다.4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은 등산을 통한 힐링은 물론 마음속 깊이 묻어둔 이야기를 등산이 매개가 되어 털어놓는다는 포맷의 소설들이다.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여성으로 연령대도 각기 다르고 함께 등산하는 이들의 관계도 제각각이다.남편이 오랫동안 계획한 카페를 남편 사별 후 혼자 운영하는 아야코는 손님인 마미코와 함께 생전의 남편이 가장 좋아했던 산에 오른다.남편이 세운 계획을 정년퇴직 후로 미룬 아야코였기에 장엄한 산을 오르며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에 괴로워하지만 남편이 좋아했던 사진 속 은하수 아래에 서 보는 것으로 남편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대신한다.가수지망생인 ’유이‘와 부유한 음악가 집안 출신 ’사키‘는 연습 메이트인 ’유’와 친해지면서 등산을 시작한다.이제는 각자의 길로 가야 할 그들은 ’유’없이 단둘이 산에 오르며 ’유이‘는 지금까지 숨기고 있던 자신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신문기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딸이 산악 가이드가 되겠다는 계획을 말하자 아버지는 산에서 사고로 돌아가시고 소방관이었던 남편도 사고 현장에서 순직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던 엄마는 딸의 꿈을 반대한다.그래도 딸의 안내를 받아 남편과의 추억이 가득한 산을 오르면서 모녀는 서로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된다.대학 산학부였던 두 친구가 30여 년 만에 서로의 안부를 묻는 편지를 주고받는다.젊은 시절에 다녔던 산보다는 낮은 산이지만 홀로 떠난 산행에서 느낀 소회와 현재의 삶을 담담하게 담아 보낸다.시끄러운 도시의 거리를 걸을 때면 늘 이어폰으로 뭔가를 듣고 있지만 근처의 낮은 산에 오르면 그 어떤 것도 필요 없을 만큼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하물며 전문 가이드가 필요한 산을 오를 때 느끼는 벅찬 감정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는 있다.고작해야 등산로가 잘 정비된 동네 뒷산 정도 오르는 게 전부인 나도 소설을 읽는 내내 높은 산을 등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모든 사람에게 관대해지는 산에 관한 이야기는 작가가 잘 쓰는 매운맛 소설들과는 다른 맛으로 즐거움을 준다.차마 꺼내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과 숨겨뒀던 마음을 다시 차곡차곡 접어 친구로 남는 걸 택하는 결정과 딸에게 알리지 못한 아빠의 이야기까지 산에서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산의 풍광과 산꽃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