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도서는 래빗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2022년 <저주토끼>가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작가의 번역서가 아닌 소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신간이 나오면 바로 읽기도 하고 이미 출간된 책들은 찾아 읽었는데 어쩌다 보니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그녀를 만나다>는 구입 후 차일피일 미루다 읽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감사하게도 이번에 <너의 유토피아>로 제목을 바꿔 새롭게 출간된 책을 읽으며 책도 인연이 닿아야 읽게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모두 8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은 쓴 시기가 다른 소설을 담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겪는 여러 문제를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영생불사연구소”의 98주년 기념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같은 제목의 소설은 직장인, 그것도 조직의 말단이 겪는 회사 안에서의 불합리한 모습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표제작 “너의 유토피아”는 막막한 세상에 남겨진 존재들이 서로 의지하는 모습은 지금을 사는 우리 인간들이 가져야 하는 마음이 아닌가 싶다.

식인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구를 떠나 끝없는 우주를 떠도는 우주선이 주무대인 “여행의 끝”은 코로나 팬더믹 시대를 떠오르게 한다.
“그녀를 만나다” 속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행해지는 폭력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일이라 크게 다가왔다.
특히나 ”One More Kiss, Dear”를 읽으며 인공지능 엘리베이터가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연민을 느끼는 고령의 5305호 거주자가 현재의 엄마 모습과 겹쳐 보여 마음이 아팠다.

비정규직의 근무환경에 대해 성토하고 성소수자나 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고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분개하고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고 하면서도 그것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행동하기는 쉽지 않다.
인터뷰가 실린 <개정판 출간 기념 무크지>를 읽으며 작가의 소설이 SF의 성격의 이야기임에도 왜 현실감 있게 읽히는지 깨닫게 된다.

누군가에게 전해 듣거나 상상한 이야기가 아닌 작가가 직접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쓴 소설은 현재가 배경이 아님에도 가장 현실적이다.
오체투지를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의 글은 먼 우주와 아주 먼 미래가 배경이어도 벌떡벌떡 뛰는 현실의 이야기로 탄생한다.
초판과 신판의 작가의 말을 읽으며 세상은 좋은 방향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하지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그래도 세상은 좋은 쪽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기쁘게도 책을 받고 휴고상, 네뷸러상과 함께 세계 3대 SF 문학상으로 꼽히는 필립 K. 딕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분명히 수상작이 발표될 때 좋은 책을 알아보는 선구안을 가진 독자라고 우쭐대며 뽐내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