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중섭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소를 즐겨 그렸고 가난한 살림 탓에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남겼다는 것 정도였습니다.새로운 개정판으로 나온 화가의 편지와 그림들을 보며 그의 그림이 말하고자 했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일제 강점기인 1916년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태어난 화가는 아버지 쪽은 대지주이고 어머니 쪽은 평양의 민족 자본가인 집안의 막내로 일본의 데이코쿠미술학원으로 유학할 정도로 유복하게 살았습니다.1945년 5월 오랜 연인인 마사코(이남덕)와 결혼하지만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며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됩니다.휴전 후 부인과 두 아들은 일본인 수용소로 들어갔다가 곧 일본으로 떠나게 되면서 이중섭은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게 됩니다.이 책에는 1953년부터 1955년까지 화가가 아내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이남덕 여사가 이중섭에게 보낸 편지, 화가가 결혼 전 연인 마사코(이남덕)에게 보낸 그림 엽서 등이 담겨있습니다.개정판에는 고 김춘수 시인의 이중섭 연작시 중 두 편과 고 이경성 미술평론가의 ‘이중섭 예술론’, 친구인 고 구상 시인의 이중섭의 대한 추억의 글이 실려 있어 한국 미술사에서 이중섭 화가의 위치는 물론 가난하지만 가족을 사랑하고 다정했던 친구 이중섭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특히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소를 그린 그림은 물론 가족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그림이 다수 수록돼 있어 그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습니다.편지는 상대가 있는 글이지만 받는 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본다는 전제가 없기에 자신의 마음을 진솔하게 드러내게 됩니다.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편지지 상하좌우에 뽀뽀라는 글자를 60번이나 쓴 절절한 연서는 어느 순간 가난한 예술가의 힘든 모습을 드러내고 맙니다.그래도 아들들에게는 어머니를 당부하고 자전거 두 대를 사서 가겠다는 편지를 보냅니다.은종이 그림이 춘화라는 이유로 철거되고 그림 값을 떼이기도 하면서 삶의 희망을 잃고 건강까지 악화된 순간에도 가족에게 돌아갈 순간을 고대했던 화가의 모습이 그대로 전해집니다.39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간 화가의 편지와 그림은 그 시절 가난한 예술가의 고통이 느껴져 가슴이 아파옵니다.천진하게만 보이던 그림 속의 아이들과 가족을 그릴 때의 화가의 심정을 똑같이 느낄 수는 없지만 짐작할 수는 있기에 그림은 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편지와 함께 올칼라의 그림이 실린 책은 화가의 생을 되짚어 보고 것은 물론 두고 두고 그림을 감상할 수 있어 선물하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본 도서는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가디언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