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차별을 발견하는 일곱가지 시선 ’호시탐탐‘은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없는 세상 ‘십시일反’을 시작으로 만화가 10인의 마침표 없는 인권 여행 ‘어깨동무‘, 차별을 넘어 너와 나를 잇는 만화 공감 ’사이시옷’을 이은 창비인권만화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일상에서 인권이라는 말을 듣고 사용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다음한국어사전)라는 뜻말고 제대로 인권에 대해 공부하거나 교육받은 적은 없습니다.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사망, 장애인의 이동권에 관한 이야기, 이주 노동자 문제 등이 뉴스에 나올 때 잠깐 관심을 갖는 정도였습니다.8명의 작가가 “일상 속에 숨어 인권을 노리는 혐오와 편견”을 잡아낸 일곱 편의 차별 이야기 ‘호시탐탐‘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차별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첫 번째 ‘김보통’작가의 ”최후의 보호막”은 마법과 대마왕이 등장하는 판타지 성격을 띤 이야기지만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는 현실 속 노동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정상이라는 굴레를 만들어 조금만 벗어나도 비정상적이고 이상한 것으로 여기는 이들에게 일침을 날리는 “청첩장 도둑”을 읽으며 만약 내가 수인의 엄마라면 진심으로 딸의 사랑을 응원하고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과속화되는 지역 소멸시대 문제를 다룬 ‘섬’ 역시 가볍게 읽을 수 없습니다.10년 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기후 위기를 다룬 “폭염 속을 달리는 방법”,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맞는 아이가 등장하는 “끄나빠”와 학교 폭력과 사적 제재를 다룬 “참교육”은 픽션이 아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제들이기에 현실감있게 다가옵니다.가장 인상적인 만화는 돌봄이 소재가 된 ”수수께끼“입니다.저 역시 현재 친정 엄마가 요양병원에 입원중이기에 고령화에 따른 질병과 가족의 부담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기에 페이지를 가볍게 넘길 수 없었습니다.다행이라면 국가의 지원이 뒷받침된 덕분에 경제적인 부담을 조금은 덜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면회를 갈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의 엄마를 보는 괴로움과 고령의 엄마가 오래오래 살아계시길 진심으로 바라지 못하는 마음이 죄스럽습니다.아무리 좋은 소재의 글이라도 접근이 어려운 장르라면 독자와 만나기가 쉽지않습니다.창비인권만화 시리즈는 일단 만화인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해 읽을 수 있어 좋습니다.드라마 DP의 원작가 ‘김보통’작가를 시작으로 정년이의 ’서이레‘와 위안부 할머니 증언을 그린 ‘풀‘의 ’김금숙‘작가는 평소 만화를 많이 읽지 않는 저에게도 익숙한 이름의 작가라 반갑습니다.우리는 알게 모르게 누군가를 혐오와 편견의 눈으로 보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있습니다.학습하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겨우 다른 이의 인권에 관심을 갖는다는 게 웃프지만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곧 나의 인권과 연관돼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 입니다.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갖게 되는 인권이 특정인들에게는 투쟁을 통해 얻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한없이 슬퍼집니다.시리즈가 시작된지 21년 째인 현재도 누군가는 자신과 타인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시리즈가 계속돼 인권에 대해 알아가고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다는 것 좋지만 여전히 인권을 외쳐야만 간신히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이 마음이 아픕니다.이 시리즈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과 이 시리즈가 필요없게 되는 세상을 바라며 많은 독자들이 함께 읽고 여러가지 인권에 대해 깊이 생각했으면 합니다.<본 도서는 창비 서평 이벤트에 참여하여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