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임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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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이 생겨납니다.
특별히 나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내 삶을 좌지우지해서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것도 아닌데 그냥 싫어지는 것들이지요.
젊은 작가는 ’이유 없이 싫어지는 것들‘에 대한 단순한 나열이 아닌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지금의 삶을 짚어가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야기 속에는 반지하에 살아도 딸에게는 최선을 다했던 엄마가 있고 학처럼 고고한 할머니, 그리고 다섯 살 어린 동생의 삶이 녹아있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 데 누군가에게 대놓고 자랑할 수도 없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나와 전혀 다른 세대의 작가이지만 그의 삶에 동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경비나 택시 아저씨에게 음료를 건네면서 비슷한 일이 내 부모에게 일어나기를 바랐고, 누군가에게 화를 내야 할 때 애써 웃으며 비슷함을 내 동생도 겪을 수 있길 바랐다.”(p81)

“스스로를 보살피는 게 죄가 아니라는 걸 개조차 그냥 안다. 나는 개처럼 살아서 숨 쉰다. 개에게 배운바, 그건 머무르는 자리에서 언제나 한 뼘의 볕을 찾아내야만 한다는 뜻이다.“ (p106)

”사람을 방해하는 것도 사람, 사람을 버티게 하는 것도 사람, 누군가는 구체적인 악의를 가르치지만, 후자는 구체적 선의를 가르친다. 그런 게 구체적 악의에서 나를 구한다.(p139)

관심이 없는 존재에게는 싫다는 감정도 생기지 않습니다.
정말 나와 상관없는 존재가 싫어졌다면 안 부딪히고 안 보면 해결됩니다.
무언가를 싫어한다는 것은 그만큼 내 삶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야기고 고쳐 말하면 대상에 대한 무한한 관심의 다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 싫어하는 것이 없는 인생은 그리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상대의 싫은 행동을 따라하지않고 왜 내가 그것을 싫어하는 지 고민하는 사이 나의 모습은 좋은 쪽으로 조금씩 이동할 것입니다.
처음 만나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난 후 나 역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은 변화된 것 같아 참 좋습니다.

<도서는 한겨레출판서포터즈 하니포터9기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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