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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벗.든든한 수호신 - 동물화 ㅣ 보림한국미술관 7
이원복 지음 / 보림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 아이들은 외할머니 댁에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사드리고 바로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마당 한 귀퉁이에 매어있는 백구를 산책시키는 일이다.
틈만 나면 논둑으로 또 골목 구석구석 다니는 건 물론 마당에서 고기라도 굽는 날에는 제 입보다는 백구를 먼저 챙긴다.
그리고 집에 돌아올 때면 늘 서운해서 몇 번씩 쓰다듬으며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하곤 한다.
비단 우리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은 동물을 좋아한다.
동물원이나 가까이에서 직접 볼 수 있는 동물은 물론 용이나 이무기, 현무, 주작처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동물 역시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이번에 보림한국미술관 시리즈의 ‘다정한 벗, 든든한 수호신’은 우리에게 친근한 동물을 소재로 우리 옛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아이들은 서양화보다는 색감이 화려하지 않은 이유에서인지 우리 옛 그림하면 왠지 고리타분하고 어렵고 따분하게 생각한다.
아무리 우수한 그림이라도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늘 봐왔고 친근한 대상, 잘 알고 있는 동물화를 접하며 옛 그림인 문인화나 산수화 등과는 다른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열두 띠 동물을 처음 알게 된 건 보림의 솔거나라 중 하나인 ‘열두 띠 이야기’를 통해서였다.
12마리의 동물이 각각의 해를 관장하는 것도 재미있어했지만 나이가 같은 친구가 같은 띠고 친척 중 누군가는 나이가 달라도 같은 띠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재미있어했다.
아이들에게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열두 띠 동물이 모두 출동하는 우리 옛 그림은 그만큼 편안하고 쉽게 다가온다.
그림을 소개하는 순서도 열두 띠 순서 그대로를 따르고 있어 아이들은 자신의 띠를 찾아보고 가족들의 띠를 찾아보고 좋아하는 동물들을 찾아보며 우리 옛 그림과 친해져 간다.
혐오스럽고 왠지 거북한 동물중 하나인 쥐는 신사임당의 ‘조충도’ 속의 쥐를 들어 설명을 시작한다.
열두 띠 동물 가운데 첫 번째로 등장하는 쥐는 강한 번식력과 부지런함으로 부자가 되게 하는 존재로, 또 미래를 예시하는 신통력을 가졌다고 하여 꼭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롭기만 하다.
다음으로 나온 소는 우리 큰 아이의 띠 동물로 더욱 관심을 가지며 본 그림중 하나다.
단순한 소 그림의 설명이 아닌 김시의 ‘누런 소’를 통해서는 화가의 일생과 함께 세속의 명예와 이익을 거부하고 은둔하는 선비의 모습을 떠올리는 소재였음을 설명하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사랑 받은 그림은 사신도 중 하나인 강서큰무덤 널방에 그려져 동쪽과 북쪽을 지킨다는 ‘청룡도’와 ‘현무도(뱀)’이다.
이 그림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현실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무한한 상상력을 통해 탄생된 동물이면서 동시에 신령스러운 신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큰 판형의 단순히 그림을 설명한 딱딱한 설명글이 아니기 때문에 그림을 충분히 본 뒤 본문을 읽으면 작가가 우리 그림에서 느꼈던 감흥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또한 뒤쪽의 ‘동물 그림을 그린 화가들’과 ‘미술 용어 풀이’는 그림 감상뿐만이 아니라 화가의 이야기와 옛 그림의 용어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아직 아이들이 옛 그림에 관심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그림을 보는 눈도 마음도 자라지 않은 탓에 늘 엄마 책으로 분류돼 아이들에게는 뒷전이던 ‘보림한국미술관’시리즈였지만 ‘동물화’는 모처럼 아이들과 재미나게 보며 긴 이야기를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