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부터 얼얼하다.눈앞에서 갑가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의 모든 것이 터져 나오는 것으로 시작한다.정신과 의사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사야마는 “배우로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한 아내, 부단한 노력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큰딸, 그리고 지병에도 아랑곳없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작은딸” 까지 무엇하나 빠질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다.어린 시절 마술사였던 아버지의 죽음과 뒤따른 어머니의 죽음으로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누구나 존경하는 의사가 됐고 환자가 상담 중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를 놓치지 않은 덕에 범죄자를 잡는 공을 세우기도 한다.그런 기사야마의 삶에 작은 균열이 생기고 완벽한 가정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해야만 한다.특수 설정의 소설인 줄 알고 읽어도 읽는내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피가 낭자하고 속 불편한 설정이 연속되고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심성을 갖지 못한 인물들이 등장한다.그리고 이유없이 사람들이 죽어나간다.작가의 특수 설정 미스터리는 #명탐정의창자 로 이미 한번 만났지만 그보다 몇 십배는 더 매운 듯하다.잔인한 고어 영화를 화면이 아닌 활자로 보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는 비위가 상하고 읽는 내내 불쾌하기까지한 설정의 연속이지만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이야기가 계속될 수록 악의 무한 증식을 보여주지만 중간에 책을 덮을 수가 없다.어쩜 나의 내면에도 등장인물들과 닮은 잔인함이 똬리를 틀고 있는지 모르겠다.혀가 얼얼해지도록 매운 음식을 먹고 난 후 느끼는 통각에서 오는 비슷한 짜릿함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본 도서는 내친구의서재 출판사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