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몹시도 구박하고 동구에게도 매타작을 가하는 할머니와 가부장적인데다 엄마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는 아버지와 여섯 살 터울의 동생 영주가 함께 사는 동구네 집은 인왕산 허리 부근, 화강암 바위로 이루어진 산줄기의 조그만 달동네 한가운데 있다.동구는 3학년이 되도록 글을 읽지 못해 엄마가 학교에 불려가기도하고 집에서도 천덕꾸러기에 지진아 소리를 듣고 산다.더군다나 세 돌이 안 된 영주가 글을 읽기 시작하자 할머니의 구박은 더 심해지고 모든 잘못은 엄마에게 돌아간다.3학년 2학기 새 담임이 된 박영은 선생생님은 동구의 ’난독증‘을 눈치채고 방과 후 학습을 시작하고 동구의 착한 심성과 동생을 사랑하고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박영은 선생님 덕분에 난독증은 점점 나아지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함께 하며 동구는 점점 더 많이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다.영주가 태어난 1977년에 시작된 이야기는 동구에게 큰 불행이 닥치는 1981년에 끝을 맺는다.소설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굵직하게 기록되는 12.12군사반란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루고 있지만 산동네 아이에게는 탱크를 구경하러 간 날이거나 박영은 선생님이 사라져버린 날로 기억되기에더더욱 마음이 아프다.너무나 극악스러운 할머니와 엄마를 지켜주지못하고 할머니에게 동조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 시절엔 다 그렇게 살았다고 눙치기는 어렵다.동구의 선택이 원하던 대로 끝까지 엄마를 지킬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기에 더 마음이 아파온다.2002년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작품을 출간 22년 만에 읽었다.오랜만에 새벽까지 책을 읽었고 동구의 마음을 몰라주는 어른들이 미워 울었고 착하기만 한 동구가 너무 일찍 아름다운 정원을 떠나는 게 속상해 울었다.어린아이를 어린아이답게 살 수 없게 하는 현실이 여전히 존재하기에 동구에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처럼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어른이 된 동구는 그 착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라 믿으며 아픈 마음을 달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