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에 번쩍 - 기와장이 삶을 가꾸는 사람들 꾼.장이 3
유다정 지음, 권문희 그림 / 사파리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고궁이나 절처럼 특별한 곳이 아니고는 전통기와를 올린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기와집이 사라지면서 기와를 만드는 기와장이 역시 사라져가는 직업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삶을 가꾸는 사람들 꾼.장이’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는 점점 잊혀져가는 기와장이의 삶을 다루고 있다.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한 목적의 책은 설명이 들어가고 학습적인 면이 강조되다보면 다소 따분하거나 지루해지기 쉽다.
하지만 ‘동에번쩍’은 단순히 기와장이가 기와를 만드는 과정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중 하나인 도깨비를 통해 도깨비기와와 기와장이의 인연을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쉽고 재미있게 기와장이라는 직업을 알게 해 준다.

어느 날 용마루 끝에 사는 동에번쩍은 자신을 만들어 준 기와장이가 병이 들자 그 딸이 울면서 신령님께 비는 소리에 깨어난다.
동에번쩍은 도깨비모양의 기와로 지붕을 장식해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고자 했던 바로 그 도깨비기와에 깃들여 사는 도깨비다.
자신을 만든 기와장이아저씨를 늘 고맙게 여기던 동에번쩍은 나뭇잎으로 주문을 외워 돈을 만들어 아저씨의 병을 고치게 된다.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접하던 옛이야기와 비슷하다.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아저씨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은혜를 갚고 그 아저씨는 나중에 도깨비의 존재를 알고 기뻐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책이 눈에 띄는 이유는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한국의 전통을 다룬 이야기에 어울리는 그림에 있다.
작가의 다른 이야기인 ‘줄줄이 꿴 호랑이’에서도 해학적인 이야기의 맛을 제대로 살린 그림이 눈을 사로잡았는데 이 책의 그림 역시 한지 느낌의 종이에 먹의 농담을 이용해 한국화의 멋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기와를 만드는 과정 역시 딱딱한 설명이 아닌 동에번쩍이 아저씨를 위해 돈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하나 설명하고 있다.
“찰딱찰딱 찰진 흙 찾아 이 논 저 논 다니느라 고생했으니 열 냥!
자국걸음 지고 와서 마당에 쌓느라 고생했으니 열 냥!
물을 뿌리고 재우고 잔돌 골라내느라 고생했으니 열 냥!
조근조근 밟고 흙보시기 만드느라 고생했으니 열 냥!
퉁덕퉁덕 두드리고 자르느라 고생했으니 열 냥!
납작한 얼굴 만들고 눈 코 입 다듬느라 고생했으니 열 냥!
시원한 그늘에 말리느라 고생했으니 열 냥!
가마에 차곡차곡 쌓고 불 지피느라 고생했으니 열 냥!
뜨겁게 가마 달구느라 잠 못 자고 고생했으니 열 냥!
가슴에 품어 따뜻한 혼을 불어넣어 주었으니 열 냥!”
글을 읽다보면 기와를 만드는 과정은 물론 아저씨가 쏟은 노력과 수고로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리고 소중한 우리문화유산 가운데 하나인 도깨비기와의 변천과 김홍도의 ‘기와이기’를 통해 지붕 올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된다.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늘 강조하지만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동에번쩍의 고운 마음은 다시 한 번 우리 문화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벌써부터 네 번째 꾼, 장이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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