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추리 소설은 사건이 일어나고 탐정이나 형사가 범인을 찾는 과정의 이야기라면 도서 추리(도치 서술 추리)는 범인이 소설의 첫머리부터 자신의 존재를 밝히며 등장하고 독자는 이미 범인의 정보를 알고 있지만 수사진이 범인을 어떻게 특정하게 되는지 즐기는 방식의 소설이다.<봉인된 빨강>오랫동안 비어있는 할아버지집을 관리하던 ‘나’는 소중한 열쇠를 잃어버린다.열쇠수리공을 부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문을 부술 수도 없다.방법은 단 하나 분실물로 신고 됐을지도 모른다는 한가닥 희망으로 경찰서를 찾는다.<거짓의 봄>’나‘는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사기 그룹의 리더다.그런데 함께 범죄를 저지르던 두 명이 사라지고 누군가 큰 돈을 요구하며 협박한다.그래, 이번이 마지막이다.<이름 없는 장미>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자영업자나 기술직 프리랜서라고 하지만 ’나‘는 도둑이다.어머니가 사고로 입원한 병원의 간호사와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나에 대해 사실대로 이야기하지만 도무지 믿지 않는다.그녀는 진짜 내가 도둑이라면 장미를 훔쳐달라고 한다.<낯선 친구>’나‘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미대를 다니고 있다.어느 날 유흥업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오는 길에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나쓰키에게 들키고 만다.내 어려운 형편을 알고 된 나쓰키와 살게 되지만 ’나‘를 조종하고 나를 마치 하인처럼 부려먹기까지 한다.<살로메의 유언>’나‘는 유명한 작가다.한때 연인이었던 ’에밀리‘의 죽음에 관련돼 수사를 받고 있다.하지만 진짜 내 목표는 내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세상이 시끄러워지기만을 바라고 있다.모두 5편의 단편이 실린 <거짓의 봄>은 도서 추리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범인을 이미 알고 있으니 재미가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한때는 ‘자백 전문 가노’라고 불리던 가노 라이타가 파출소 순경이 돼 어딘지 모르게 허술해 보이지만 매서운 눈썰미로 범인을 지목할 때의 쾌감은 범인을 알고 있어도 짜릿하다.나는 이 소설을 이미 3년 전에 한번 읽었지만 이번에 <아침과 저녁의 범죄>를 읽고 ‘자백 전문 가노’가 왜 파출소 순경으로 근무하게 됐는 지 기억나지 않아 재독하게 됐다.처음 읽었을때보다 휠씬 더 재미있게 읽었고 도서 추리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됐다.범죄자지만 어린 시절 겪은 일의 트라우마로 자신도 어찔 수 없이 범죄자가 된 청년의 이야기는 불쾌하지만 마음이 아팠다.그리고 진심은 언젠가는 통하게 돼 있다는 사실과 나는 혹시 누군가 베푸는 친절을 자격지심을 가지고 곡해하지 않았나 되짚어보게 된다.작가들의 다른 책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도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