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 도시로 숨 쉬던 모던걸이 '스위트 홈'으로 돌아가기까지
김명임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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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9월부터 1926년 10월까지 31호, 1931년 1월 속간 후 1934년 8월까지 약 42호, 총 73권 내외로 발행’된 잡지 <<신여성>>을 강독하고 함께 공부한 필자 9인이 이를 바탕으로 2005년 <<신여성_매체로 본 근대 여성 풍속사>>를 출간했다.
이후 잡지 <<신여성>> 발간 100주년을 맞이해 20년 만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책이 바로 <<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다.

모두 7장의 본문과 부록으로 구성된 책은 모던걸의 정의를 시작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 ‘신여성’에 대해 잡지에 실린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1장에서는 양산을 사고 머리를 구부리거나 염색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이제껏 보지 못한 여성들의 등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백화점을 다니고 여름이면 해수욕을 즐기고 스포츠를 취미로 했지만 호떡을 달라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했다하니 아이러니라 할만하다.

2장의 신여성 수난사는 ‘은파리’로 대변되는 관음증적인 남성들의 시선이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신여성’은 땅에서 솟아난 존재가 아닌 신식 교육을 받은 여학생들이었으니 그들의 학교 생활과 기숙사나 하숙 생활들을 엿볼 수 있는 3장의 문제적 기호, ‘여학생’도 읽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대중문화와 자유연애는 물론 은밀하고 내밀한 성에 대한 이야기도 잡지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난다 긴다하던 모던걸들도 결혼이라는 제도 앞에서는 무너지고 만다.
<<신여성>>의 필진들은 ’연애없는 결혼은 없다‘라는 자유주의 연애론을 이야기하면서도 결혼을 위한 전단계인 연애를 하는 신여성들에게는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을 넘어 비난을 퍼붓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에로 서비스‘자체를 직업으러 삼는 여성들에게 사회적 비난을 쏟으면서도 직업여성의 에로 서비스를 노골적으로 기대하는 남성들의 이중적 태도도 볼 수 있다.

<<신여성>>은 여성잡지의 확산을 도모한 어느 정도 장수한 최초의 여성잡지이고 여성을 주체로 한 잡지였지만 주요 필진은 대부분이 남성들이었다.
거기다 <<신여성>>에 소개되는 여성들은 물론 잡지를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구독할 정도의 여성이라면 일반적인 범부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읽는내내 잡지에 소개되지 않은 여성들과 그 잡지조차 읽지 못했을 여성들에게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모던걸‘이 아닌 ’못된 걸‘로 불리던 그들의 일상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어찌됐든 100년 전 여성을 위한 잡지 <<신여성>>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들이 살았던 100년 전의 가정의 모습과 여성의 역할이 더디지만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게 된다.


<본 도서는 한겨레출판의 서포터즈인 하니포터 9기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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