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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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수상경력이 적힌 띠지가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연물’은 군마 현경 수사1과 가쓰라 경부의 활약이 돋보이는 5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가쓰라 경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소설은 그의 개인사는 일절 이야기하지 않는다.

‘달콤한 빵과 카페오레로 끼니를 때우며 서류를 작성하고, 수사 상황을 보고하고,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등 일을 처리하면서 짧은 틈새 시간에 또 곰곰이 생각했다.’ (p185)

<낭떠러지 밑> 친구 다섯 명이 함께 온 스키장에서 코스를 벗어나 스노보드를 타러 간 친구 네 명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가 들어온다.
수색을 시작한 경찰은 낭떠러지 밑에서 두 사람을 발견하지만 한 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고 다른 한 명은 병원으로 옮겨진다.
조사 결과 사망자는 흉기에 의해 살해 당했지만 어디에서도 흉기는 찾을 수 없고 나머지 두 명의 친구도 행방이 묘연하다.

<졸음> 경찰이 감시하던 강도치상 사건의 용의자가 몬 차량이 새벽 시간에 교통 사고를 일으킨다.
뒤를 쫓던 경찰은 신호에 걸려 사고 현장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다수에 목격자를 확보하게 된다.
그런데 목격자들은 입을 맞춘듯 하나같이 용의자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다.

<목숨 빚> 유명한 산책로에서 짐승에 의해 훼손된 신체의 일부가 발견되고 경찰의 수색을 통해 대부분의 시신을 찾게 된다.
치과 흔적으로 신원은 밝혀지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피해자가 6년 전 등산 중 목숨을 구해준 남자에게 꽤 많은 돈을 차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경찰은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해 조사를 시작하지만 가쓰라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가연물> 늦은 밤 주택가에 연쇄 방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범인을 잡기 위해 잠복을 시작한다. 발생했던 불은 항상 생활 쓰레기를 태우는 작은 불인데다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자 화재 사건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진짜인가> 한적한 교외의 패밀리 레스토랑에 인질 사건이 발생하고 범죄 전력이 있는 아버지가 아들과 레스토랑의 직원을 인질로 잡고 있다.
거기다 손에는 권총을 들고 있는 듯 한데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가 없다.

다섯 편의 소설 모두 경찰이 사건을 해결하는 경찰 소설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읽다보면 가쓰야의 활약이 탐정이 범인을 잡는 과정과 비슷함을 느끼게 된다.
누구보다 열심히 사건 관련자의 증언을 듣고 동료 경찰들과 공조하지만 마지막 사건 해결은 마치 미스터리 소설의 범인 찾기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가쓰라 스스로 직감을 ‘차곡차곡 쌓인 관찰력이 경고를 보내는 신호’(p220)라고 생각하는 만큼 그는 동료 경찰들의 조사 내용을 세세히 듣고 자신의 직감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잡고 생각을 정리한 뒤 사건을 해결해 낸다.
특별히 부하 직원들에게 자상하지도 않고 상사들과도 썩 사이가 좋은 것 같지 않은 독물장군 스타일이지만 수사 능력은 탁월하고 사건을 해결하고도 그 공을 내세우지 않는다.

분명 사망자가 나오고 범인을 쫓는 경찰소설이지만 가쓰라의 수사 과정은 서두르지 않고 느리게 걷는 산책만큼이나 평온해 보인다.
특별한 것 없는 작은 화재사고는 물론 드러나지 않은 이면의 사연을 찾아내 억울한 사람이 누명을 쓰지않게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어떤 명탐정보다도 멋지다.
소설은 역시 ‘요네자와 호노부’라는 생각을 들게 하고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라는 문구가 빛나는 이야기들이다.
후속작이 나올 예정인 것 같은데 벌써부터 가쓰라의 활약을 기대하게 된다.


<본 도서는 리드비 출판사의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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