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파수꾼>이 2020년에 출간됐으니 그 후속작인 <녹나무의 여신>은 4년 만에 나온 이야기다.’녹나무의 파수꾼‘에서는 아버지를 알지 못한 채 어머니와 살던 주인공 나오이 레이토가 어머니가 사망하고 다닌던 회사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해고 당하자 밤에 몰래 회사 물건을 훔치다 잡혀 재판에 넘겨진다.다행히 위기의 순간에 어머니의 이복 언니인 ‘야나기사와 치우네‘의 도움으로 무사히 석방되지만 치우네는 레이토에게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월향신사에 있는 녹나무의 파수꾼을 제안한다.어쩔 수 없이 떠맡게 된 파수꾼을 하면서도 스스로의 일에 믿음이나 긍지가 없던 레이토는 녹나무를 찾아와 의식을 치루는 사람들을 통해 점차 변화해 간다.신비한 녹나무의 두 번째 이야기 속 레이토는 주변을 살피고 찾아오는 손님을 적극적으로 응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파수꾼이 돼 있다.어느 날 월향신사에 여고생 유키나가 찾아와 자신이 만든 시집을 팔아 달라는 부탁을 한다.마지못해 시집을 두고 가라고 하지만 참배객들은 도통 시집에는 관심이 없고 무심히 지나친다.그러던 어느 날 시집을 몰라 가져가려는 고사쿠와 실랑이가 벌어지고 며칠 후 그가 다른 사람 집을 침입해 주인을 다치게 하고 돈까지 훔쳐 경찰에 구속되는 일이 발생한다.한편 레이토는 경도 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치우네와 함께 간 인지증 카페인 주민회관에서 뇌종양 수술을 받은 후 자고 나면 기억이 사라지는 아이 모토야를 만나게 된다.이야기는 음력 초하루 무렵 전달하고 싶은 마음을 기념하고 보름 무렵 혈육이 기념을 수념하는 녹나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고사쿠와 유키나와의 비밀 역시 녹나무에서 행한 의식으로 진실이 밝혀지고 유키나와 그림책을 함께 만드는 모토야도 녹나무에게 올린 염원으로 바라는 바를 이루게 된다.강도범으로 몰린 고사쿠도 인지장애를 앓는 치우네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유키나도 자고 나면 기억이 사라지는 모토야도 묵묵히 녹나무를 지키는 레이토도 다른이의 부러움을 살만한 삶은 아니다.하지만 그들은 ‘나’만을 생각하지 않고 끊임없이 누군가를 돌보거나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그리고 아무리 행복한 기억이라도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리는 모토야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유키나가 함께 만든 그림책을 통해 과거에 얽매여 지금을 즐기지 못하고 다가오는 미래가 불안해 현재까지 불행하게 사는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미래를 아는 것보다 더 소중한 건 바로 지금이니라. 너는 지금 살아 있지 않으냐. 풍족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아 있지 않으냐. 병들어 고통스러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아 있지 않으냐. 먹을 것이 있고 잠잘 곳이 있고 꿈꿀 수 있지 않으냐.” (p354)분명 현실에서는 실현될 수 없는 판타지 소설이지만 읽다보면 등장인물들의 상황이 너무나 가슴 절절해 한참을 울먹이게 되는 이야기다.추리, 미스터리 소설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소설 역시 잘 쓰는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벌써부터 기다리게 된다.<본 도서는 출판사 소미미디어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