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새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5
김미혜 글, 한태희 그림 / 보림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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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 땅의 어린이를 위한 우리 문화 그림책인 솔거나라의 새로운 이야기가 출판되었다.
의식주와 신화, 신앙은 물론 의례와 풍속, 예술과 놀이, 과학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우리 문화를 소개했던 솔거나라 시리즈가 이번에 아름다운 우리 단청을 소개하고 있다.
이야기는 전라북도 부안의 변산반도 가까이에 있는 내소사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소재로 해 옛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단청을 설명하고 있다.

옛날 옛적 깊은 산골에 스님 한분이 지키는 작은 절이 있었다.
어느 날 스님이 물을 길어오다 새 한 마리를 가시덤불에서 구해주게 되고 며칠 뒤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그 절에 아가씨가 찾아들게 된다.
비가 갠 다음 날 법당 기둥에 벌레구멍이 난 걸 본 아가씨는 스님께 자신이 단청을 올려보겠다는 말과 함께 일하는 동안 절대로 법당 안을 들여다보지 말라는 부탁을 한다.

먼저 아가씨는 법당 안을 깨끗하게 닦아내고 바탕칠을 해 나간다.
아가씨는 잠시도 쉬지 않고 종이에 연꽃을 그리고, 굵은 바늘로 구멍을 뚫어 본을 만들고 그 본을 기둥에 대고 가루 주머니를 두드려 하얀 꽃무늬를 찍어낸다.
마지막으로 아가씨는 스님에게 이번에 들어가면 색을 올리니 절대로 법당 안을 들여다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스님도 아가씨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탁발을 떠나지만 이레가 되어 돌아와 보니 여전히 법당 문은 굳게 닫혀 있고 노랫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단순하고 수수하기만 하던 절의 모습이 단청을 입히면서 드디어 제 빛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며 자연스럽게 단청 입히는 순서를 알게 해 준다.
또한 ‘엄마랑 아빠랑’ 코너에는 이야기에서 다루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단청의 역사는 물론 단청의 종류와 무늬, 빛깔과 안료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단청이 단순히 멋이나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위함이 아닌 목조 건물의 습기를 막아서 목재가 잘 갈라지거나 썩지 않게 해주고 나무 표면에 흠집도 감추는 역할을 한다니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그림 또한 고즈넉한 산사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단청을 잘 표현하고 있어 이야기를 맛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마지막 가릉빈가가 채 완성하지 못하고 떠난 단청의 모습은 어느 절의 아름다운 단청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해 그림 작가가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는지 느낄 수 있다.
절의 기둥과 처마에서 보고 그저 종교적인 색채에 기가 눌리곤 했던 단청이 안타까운 전설과 함께 한층 가깝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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