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우산 (양장) 보림 창작 그림책
류재수 지음, 신동일 작곡 / 보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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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한 더위가 물러가 반갑고 좋기는 하지만 일주일 넘게 내리는 비는 이젠 지겹고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아이들 운동화는 빗물에 젖어 축축하고 빨래는 며칠째 빨래줄 신세인데다 방송에선 비 피해 뉴스가 들려오기도 합니다.
비 내리는 게 마냥 좋아 따뜻한 차 한 잔 들고 창가에 서서 망중한을 즐기기도 했는데 이제는 햇살 좋은 창가가 그리워지네요.
이렇게 비가 지겨워질 때 한숨 한번 폭 쉬고는 ‘노란 우산’을 펼쳐봅니다.

노란 우산 하나가 집을 나와 회색빛의 거리로 나옵니다.
좋은 일이 있는지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고 비는 또로롱또로롱 노란우산을 때립니다.
한참을 가던 노란 우산은 파란 우산을 만납니다.
그리고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골목에서 빨간 우산을 만납니다.
밤새 내리던 비로 개울물이 어제보다는 많이 불었는지 다리에 다다른 우산 친구들이 한참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가볍고 경쾌한 피아노 소리와 함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글자 없는 그림책이지만 그날그날의 기분의 따라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놀이터의 놀이기구 아래에 고인 물을 보며 밤새 큰 비가 내렸지만  오후에는 화창하게 갤 것 같은 그림 속 날씨를 부러워해 봅니다.
우산들은 가끔은 머리를 맞대기도 하고 때로는 동떨어지기도 하며 걸어갑니다.
언제나 지나가는 길이지만 비오는 날의 분수대는 새롭기만 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려가는 계단도 힘든지 모릅니다.
기차가 지나는 것도 비오는 날은 빗소리와 어울려 음악이 됩니다.
높다란 아파트 숲을 지나 큰 길의 건널목을 건너 우산이 숲을 이루다 우산은 세상의 전부가 됩니다.

단 한 사람의 얼굴도 등장하지 않지만 우산만 보고도 아이들의 개구쟁이 얼굴이 그려집니다.
언제나 똑 같은 아이들의 등굣길이지만  아이들은 즐겁게 그 풍경 안으로 걸어 들어가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조잘거리기도 하고 뛰어가기도 하는 아이들의 소리가 금방이라도 음악 속에서 나올 것 같습니다.
우산꽂이에 꽂힌 우산을 보니 사뭇 진지하게 앉아있을 아이들의 교실 풍경이 궁금해집니다.
아마도 우산이 다 마른 오후의 하굣길에는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될 그런 화창할 날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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