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듀 - 경성 제일 끽다점
박서련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의 화자는 일제 강점기 영화감독이자 배우로 활동했던 실존 인물 이경손이다.
이경손과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현앨리스는 이경손의 사촌 누이의 딸로 포와(하와이)에서 태어난 미국 국적의 신여성이다.

이경손의 집안은 대대로 의관이었지만 목사인 앨리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신학교를 다니다 졸업을 얼마 앞두고 학교를 그만두고 예술 학원에 다니게 된다.
앨리스네 가족은 독립 운동을 위해 떠난 아버지를 찾아 상해로 이주한다.

시간이 흘러 이경손은 영화감독이 되었지만 짧은 성공과 잦은 실패를 반복하고 다시 만난 앨리스는 경손에게 끽다점 동업을 제안한다.
경성 한복판 관훈동에 차린 끽다점 카카듀에는 젊은 예술인들이 모여 들고 얼마지나지 않아 앨리스와 카카듀의 비밀이 드러난다.

소설은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예술인들과 일제 감정기에 나라를 위해 힘을 모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량들이나 드나들 것 같은 끽다점에는 고뇌하던 예술인들이 모이고 흥청망청한 분위기 속에는 더 큰 비밀을 숨기고 있다.

소설은 이경손의 영화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앨리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국적인 그녀는 전혀 다른 삶을 살 수도 있는 인물이었지만 독립운동가인 아버지 뒤를 이어 조국의 독립을 위해 힘을 쏟는다.

실재하였으니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가 세월이 흘러 독립 후 자신이 사랑했던 사상때문에 조국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을 알았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하게 된다.
독립운동가들 조차 좌우로 나누어 평가하는 세상에 사는 까닭에 더 마음이 아팠던 소설은 사업가로 큰 돈을 벌었지만 예술가로는 큰 획을 긋지 못한 이경손의 이야기가 괜히 마음이 쓰인다.

마침내 앨리스에게 아버지나 어머니보다 사랑하는 것이 생겼다. 그것은 인물도 사물도 아닌 사상이었다. (p260)


<도서는 안온북스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