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열두 세계 포션 6
이산화 지음 / 읻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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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소설집에 실린 12편의 단편은 “원래 월간지 <고교 독서평설>에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연재했던 작품”으로 단편집으로 엮으면서 약간의 수정을 거쳤다고 한다.
“열두 편의 소설은 전부 ‘열두 개로 이루어진 것 가운데 하나’를 소재”로 삼아 진행한 이야기들이다.

책을 읽기 전 이미 위의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열두 개로 이루어진 것들에 대해 생각해 봤다.
열두 띠, 올림포스의 열두 신, 연필 1다스, 1년 열두 달이 고작 생각날 뿐이었다.
그런데 작가는 열두 개로 이루어진 것들을 12가지를 생각해 냈고 그 것을 소재로 삼아 소설을 썼다니 어떤 이야기들일 까 궁금해졌다.

1월에 쓴 소설은 “토끼 굴”이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토끼와 토끼굴하면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일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과 “12”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작가는 소설이 모두 열두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사실에 착안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자신의 단편에 차용하였고 토끼굴로 내려가는 엘리스와 심해로 내려가는 탐사정을 대비시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초단편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솔직히 쉽고 편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단편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소설의 소재가 된 “12”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첫 단편부터 막혀 답안지를 커닝하는 기분으로 ’고교 독서평설‘에는 실리지 않은 보너스 트랙같은 열세 번 작가의 말을 읽었다.
그리고 두번 째 이야기부터는 작가의 단편을 읽고 관련된 ’12‘를 유추하고 열세 번째 해설부분을 읽었다.
어떤 이야기는 내가 생각한 ’12‘와 맞아 떨어졌고 또 어떤 이야기는 내가 전혀 모르고 생각지도 못한 분야의 ’12‘를 만날 수도 있었다.

작가는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비롯해 황도 12궁,올림포스 12신,12간지, 컴퓨터 키보드의 12개의 기능키, 달 표면에 발을 디딘 우주 비행사 총 인원 열두 명, UFO 음모론을 소재로 삼은 ‘마제스틱 12’,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의 시조인 야곱의 열두 아들,비틀즈의 열두 개의 스튜디오 앨범, 예수의 열두 제자, 이슬람교 시아파의 분파인 12이맘파를 소재로 삼고 있다.

보통의 sf소설처럼 작가의 이야기는 암울하기도 하고 코로나팬더믹 시대에 쓴 소설답게 답답한 현실을 떠오르게도 한다.
그래도 군데 군데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 남았던 희망처럼 따스함이 이야기가 있어 숨통을 열어준다.
머리를 싸매며 12편의 소설과 두 편의 작가의 말까지 다 읽고 작가가 들려주는 ”행복론“을 다시 한 번 읽고 책을 덮는다.


차례로 녹아드는 초콜릿을 타고 비로소 뚜렷한 행복이 몸 전체에 퍼졌다. 그래, 이게 행복이지. 좋아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어, 좋아하는 것을 함께 먹고, 그 행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좋아하는 사람의 행복을 다시 메아리처럼 느끼는 일. 옛날사람들의 거추장스러운 몸은 꿈에도 몰랐을 감각. 이래야지. 사람은 역시 이렇게 살아야지. 마지막 초콜릿을 몸 안으로 막 놓여 넣은 유리양파가 물었다.
”마음에 들어?“
그 초콜릿의 맛이 채 전달되기도 전이 검은지빠귀는 단호히, 고민 없이 대답했다.
”응, 엄청 마음에 들어.“ (p113 행복이란 따스한 반죽 중에서)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 넘나리 2기 활동 중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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