읻다의 ‘상응’은 서한을 주고받으며 뻗어 나가는 사유의 여정들을 비춥니다.읻다 출판사의 상응 시리즈의 첫 번째가 나스메 소세키의 서한집이다.익숙하지 않은 서한집이지만 그래도 작가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을 재미나게 읽은 까닭에 고른 책이다.이 책은 일본 이와나미쇼텐에서 발행한 <소세키 전집>에 수록된 2천여 편의 편지 가운데 옮긴이 김재원이 145편을 선별하여 엮은 것으로, 소세키의 생애에 따라 5부로 구성되었다.ㅡ책소개 글 중책은 모두 5부로 나누어 날짜순으로 그가 보낸 편지들을 싣고 있다.1부는 영문학을 공부하며 하이쿠를 쓰던 청년 시절, 2부는 영국 유학 시절, 그리고 3부는 도쿄대 교수 시절의 편지들이다.4부는 소설가로 성공 후 창작에 몰두하던 아사히 신문사 시절, 5부는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여러 사람과 교류하던 만년의 소세키의 편지들이다.작가가 편지를 보낸 대상들도 다양하다.동료 문인, 고등학교 때 제자들, 문하생, 그리고 아내인 나쓰메 교코는 물론 자신의 소설을 읽은 독자와 소세키가 보낸 책을 받지 못했다는 요릿집의 여주인에게도 보낸다.그리고 나이 차가 스물 이상 나는 스님에게 보낸 다정한 편지도 있다.편지는 받을 대상을 정하고 쓰는 글인 까닭에 소세키의 서한 역시 누구에게 보낸 편지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의 글이 된다.영국 유학 시절의 편지에서는 가난한 유학 생활의 어려움은 물론 하숙집 하녀의 흉을 보기도 하고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잔소리가 가득하다.소설 <마음>을 읽고 소세키에게 편지를 보낸 소학교 6학년 독자에게는 “그 <<마음>>이라는 소설 속 선생님은 이미 죽었답니다. 이름은 있지만 당신이 기억해봐야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소학교 6학년인데 용케도 그런 글을 읽었군요. 그 글은 어린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 아니니 읽지 말도록 하세요. 그런데 내 주소는 누구에게 들었나요?”(p370)이런 매정한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병이 걸린 옛 제자에게 보낸 편지에는 위로의 선물을 보내려 하니 필요한 게 있으면 사양 말라고 말하면서도 너무 비싸면 안 된다는 인간적인 사족을 붙이기도 한다.그리고 무샤노코지에게는 그가 쓴 희곡의 표절 논란이 일자 소세키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발표하고 겪은 일을 들어 그를 위로한다.그중 청년 시절 서한의 대부분을 차지한 하이쿠 시인 “마사오카 시키”에게 보낸 편지를 읽다 보면 왜 그들이 평생의 벗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하이쿠 첨삭과 문학 평론을 나누고 소소한 일상을 나눈 그들의 편지는 다른 이들의 서한과 별 차이가 없는 듯하지만 소세키가 마사오카를 부르는 호칭의 다양함을 보면 슬며시 웃음이 나오고 그들의 관계의 끈끈함을 알 수 있다.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서한집은 도서관의 희망도서로 신청했다가 못 읽고 반납한 적이 있다.그래서 천천히 하루에 몇 편씩 읽을 계획이었는데 한 번 잡은 서한집은 쉽게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100여 년 전의 불안한 시대의 젊은 문학도이자 가장이 느꼈을 불안이 지금 우리의 불안과 별반 다르지않아 마음이 쓰인다.소설이 아닌 개인적이고 지극히 인간적인 작가의 서한을 원 없이 읽고 나니 그의 소설을 몇 편 읽고 싶다.또 상응 시리즈의 다른 작가의 서한집도 궁금해진다.<도서는 읻다출판사 서포터즈로 활동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