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족보 책읽는 가족 57
송재찬 지음, 임연기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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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먼 옛날로 시작되는 아기장수 우투리 이야기를 알고 있다.
욕심 많은 임금과 그에 못지않은 벼슬아치들의 억압과 수탈을 참고 살아야 했던 백성들에게 희망이었던 날개 달린 아이 우투리는 슬프고도 안타까운 옛이야기였다.
특히 우투리가 세상의 변화를 위해 어떠한 시도도 해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는 사실은 조상들이 느꼈을 상실감이 어떠했을까 짐작하게 한다. 
‘비밀 족보’를 처음 본 순간 우투리와 전혀 연관 지어지지 않는 제목이었지만 무시무시하게 큰 날개를 달고 아이를 한 손에 편안하게 안고 있는 사람의 표지 그림은 아기장수를 떠오르게 했다.

평범한 초등학생 은익이는 어느 날 겨드랑이에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병원에서는 성장통이라는 진단을 내리지만 통증은 예고 없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가을 극기 훈련장에서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실려 오게 된다.
은익의 소식을 들은 아빠는 프랑스 유학 중 부랴부랴 돌아오게 되고 은익의 겨드랑이가 아픈 이유가 담긴 <우리 가문의 비밀 족보> 노트를 은익에게 건넨다.

동화는 이야기 속의 또 다른 이야기를 담은 ‘액자구성’으로 이루어져 현재의 아이 은익을 통해 과거의 조상인 익모 할아버지 이야기를 전설이나 믿기 어려운 옛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생명이 부연된 현실의 이야기로 재탄생시킨다.
비밀 족보 안에는 은익의 조상인 익모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들어있고 은익은 자신의 겨드랑이가 아픈 이유를 알게 된다.

특히 자식의 목숨과 가문을 살리기 위해 날개 뿌리를 잘라내야만 했던 부모의 고통과 자신의 잃어버린 날개에 대한 연민으로 괴로워하는 익모 할아버지의 고통은 읽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슬픈 백성을 구할 수 있었던 날개의 고통이 현재에는 은익이 혼자만이 짊어져야 하는 짐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누어 가져야 하는 고통이라는 결론 앞에서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리고 현재의 은익이 자신과 친구들을 따돌리고 이간질하며 대장 노릇을 했던 장미를 이해하고 친구로 만드는 과정 또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단순히 은익의 영웅 만들기였다면 동화는 또 다른 지배자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로 전락했을 것이다.
자신이 날개를 가진 사람의 후손임을 알고도 자만하거나 친구들을 굴복시키려하지 않고 서로의 의견을 묻고 함께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지금 학교에서 일어나는 왕따 문제의 해결 답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익숙하지 않아 더 특별한 제주도 사투리에서 작가가 얼마나 고장을 사랑하고 있는 지 그대로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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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16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사투리가 잘 나오나 봐요. 우투리가 연상되고요..
재미있겠어요. 왕따문제를 다루었군요. 오랜만이에요, 초록콩님. 추천^^

초록콩 2007-08-21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추천 감솨^^ 비밀 족보 부분이 쬐금 지루하기도 하지만 재미있게 읽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