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불 읻다 시인선 12
루쉰 지음, 김택규 옮김 / 읻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루쉰(1881년09월25일~1936년10월19일)의 글은 처음이라 읽기 전 습관처럼 그에 대해 검색해 본다.
“위대한 사상가요, 혁명가요, 중국 문학의 아버지다.”(다음 검색)
그의 글을 읽어보지 않았고 그의 대해 자세히 모르지만 <아큐정전>을 쓴 작가로 이름이 익숙한터라 고른 책이다.

읻다 출판사에서 출간한 시인선 12번째 권이다.
보통의 시집처럼 얇고 작은 사이즈의 시집은 루쉰의 “자유체 시, 산문시, 민가체 시를 포함하는 현대시 35편과 5·7언의 율시와 절구, 초사체楚辭體 시, 보탑시寶塔詩를 포함하는 고전시 54편에서 각기 23편과 10편, 총 33편을 가려 뽑“은 시들이다.(알라딘 책소개 중)
특히 중국어로 쓰인 시의 원문과 번역본이 함께 실려있어 중국어를 아는 독자라면 시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시집은 1900년 4월에 쓰인 <아우들과 이별하며.1>으로 시작해 1935년12월5일에 쓴 <을해년 늦가을에 무심코 짓다>로 끝맺는다.
한자로 쓴 시는 글자수가 정해진 율시와 절구를 먼저 생각했는데 시집의 많은 부분은 차지한 산문시는 시라기보다는 짧은 에세이 느낌을 많이 준다.
시인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노래한 시들은 백 년이 지난 이야기이지만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진다.

특히나 <눈>(p62)은 눈 오는 날의 겨울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아이들은 새빨갛게 언, 자주색 생강 같은 고사리손을 호호 불며 일고여덟 명이 함께 눈사람을 만들었다. 잘 안되면 누군가의 아버지도 와서 거들었다. 눈사람은 아이들보더 키가 휠씬 컸다. 위가 작고 아래는 커서 조롱박인지 눈사람인지 분간이 잘 안 되기는 했지만 아름답고 하얬으며 수분이 엉겨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 아이들은 용안 씨로 눈을 만들어주었고 또 누구 엄마의 화장함에서 연지를 훔쳐다가 입술도 발라주었다. 그러면 커다란 눈사람이 완성되었다.그는 번쩍이는 눈과 빨간 입술을 하고 눈밭에 앉아 있었다.

꿈으로부터 시작되는 시도 여러 편 실려 있는데 그는 꿈에서 경험한 것을 빗대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뜻을 내비치기도 한다.
루쉰이 살던 시대를 생각해보면 왜 그가 시의 첫 구절을 ”꿈에서“라는 안전 장치를 내세울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감히 위대한 사상가요, 혁명가요, 중국 문학의 아버지라는 루쉰의 사상을 시 편으로 다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시들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읽어도 전혀 고루하거나 옛스럽지만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루쉰의 시를 제대로 읽고 싶어 유튜브에 강의를 찾아보기도 했는데 <아큐정전>의 소개가 대부분이 아쉬웠지만 ”시는 이해에서 자유로워서 좋은 장르 같아요. 다 이해 못 해도 나중에 또 와서 읽으면 뭐가 보이겠지. 약간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편이에요. 그냥 어떤 느낌을 가져가면 되는 것 같아요."(우리는 순수한 것을 사랑했다.읻다출판p36)라는 호영 번역가님의 말씀에 따라 나중에 또 와서 읽어봐야겠다.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