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이 어렸을 때 저는 전업주부였습니다.벌써 이십년이 훌쩍 넘었으니 대부분 저처럼 직업란에 주부라고 쓰는 사람들이 참 많았던 시절이었습니다.맞벌이가 아니다 보니 육아는 저의 전담이었고 주위에 딱히 도와줄 사람도 없었고 엄마가 집에 있다보니 어린이집도 일찍 보내지 않았지요.그러다 보니 두살터울의 아들들이 순한 편이라고는 해도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면 녹초가 됐던 기억이 납니다.엄마가 처음이었던 저는 지금 생각해 보면 좋은 엄마가 아니였던 것 같아요.몸이 피곤하고 짜증이나면 제 기분에 따라 아이들을 대했습니다.남편이랑 함께 아이들과 놀때나 몸 상태가 좋을때는 관대한 엄마였다가 제가 피곤하고 짜증이 날때면 세상에게 가장 엄한 엄마가 됐던 것 같아요.만약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저는 일관성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해도 되는 것과 절대로 안 되는 일을 철저하게 구분해서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어요.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저에 부끄러운 초보 엄마 시절을 이야기하는 건 두루마리 화장지로 재미난 놀이를 하는 밤이랑 달이를 만났기 때문입니다.밤이랑 달이랑 여섯 번째 이야기입니다.아쉽게도 앞 시리즈는 아직 읽지 못했지만 두 주인공의 귀여움에 단번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의사 선생님으로 변신한 밤이랑 달이는 아파서 힘이 없는 코끼리를 진찰합니다.코가 아픈 코끼리는 언제부터 아팠는지도 모르고 코로 만세도 안 되는 데 그래도 밥도 잘 먹고 똥도 많이 쌌다는 군요.두 의사 선생님은 두루마리 화장지로 코끼리 코를 빙글빙글 감아주는 걸로 치료를 마쳤습니다.화난 호랑이도 기운 없는 강아지도 우는 새도 두루마리 화장지만 있으면 모두 치료할 수 있어요.약도 필요없고 주사도 필요없고 아플 일도 없는 마법의 두루마리 화장지는 동물들을 행복하게 해 줍니다.지금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분들이 있다면 몸도 마음도 엄청 피곤한 날 아이가 두루마리 화장지를 온 거실에 풀어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몇 몇 분은 아이니까 그렇지하고 이해하고 정리하겠지만 대부분은 화를 내며 치우겠죠.제가 아이들을 키울때라면 불같이 화를 내며 혼을 내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아이들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하며 치웠을 것 같아요.만약 아이들이 어렸을 때 <훌훌 도르르 마법병원>을 봤다면 충분히 이해하고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행복했을텐데 말이죠.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성장해 갑니다.밤이와 달이는 동물들의 마음을 살피며 처방전을 내놓습니다.너무 화가 나 말조차 하기 싫을 때는 어떻게든 그 화를 풀어내야만 되는데 두 의사 선생님의 처방을 활용해도 될 것 같아요.어른은 아무리 두루마리 화장지가 많아도 절대로 풀지 않습니다.두루마리 화장지를 높이 높이 쌓아 뻥차고 마음껏 풀고 노는 건 아이니깐 가능한 놀이입니다. 그러니 화장지를 갖고 노는 것 당연히 아이들이 해도 되는 놀이라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아이니깐 할 수 있는 일을 이해하고 관대한 어른이 된다면 아이들은 단단한 어린이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문학동네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