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숲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천선란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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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의 연작소설 “이끼숲”은 지구의 생태계가 엉망이 된 후 지상에서 살 수 없게 된 인간들이 지하세계에서 살아가는 시대의 이야기다.
인간들의 터전이 지하로 옮겨가고 몇 세대가 흐른지 모르는 시대의 인간들은 실재하는 식물도 밤하늘의 별도 자연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모르고 산다.

학교 성적이 우수해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치유키, 기계실 정비공인 의주, 씨앗 창고의 지킴이 톨가, 생명공학 연구소 빅터의 경비원인 마르코, 지상 탐사원이 되고 싶었지만 건설 회사에서 일하는 유오, 그리고 통신국 직원인 소마가 등장한다.
그들은 지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루에 한 알” 먹어야 하는 ‘VA2X’를 구하기 위해 경제활동을 멈출 수 없다.

정해진 공간에서 살아야하는 인간들은 인구 정책에 의해 계획된 출산만 해야하고 태어난 후에는 어른 손톱만 한 칩을 심어 일거수일투족이 감시 당하는 세상이다.
그 곳의 아이들은 열 다섯이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해 경제활동을 시작해야만하는 곳이지만 숨막힐 둣한 지하 세계에도 사랑과 우정은 존재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연작 소설 “이끼숲”이다.

첫 번째 이야기 <바다눈>은 빅터의 경비원 마르코와 은희의 이야기로 고운 목소리를 가진 은희는 독립하지 못하고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며 살아간다.
마르코와 은희는 풋풋한 첫사랑의 떨림을 이어가던 중 어느 날 은희가 사라지고 마르코는 절망에 빠지게 된다.

<우주늪> 속 쌍둥이로 태어난 의주와 의조는 부모의 선택으로 의주만 칩을 받고 의조는 정체불명, 미입력자,불법 거주자, 비시민으로 숨어 살고 있다.
가족이 아닌 어느 누구와도 교류할 수 없었던 의조는 환풍구를 기어 도시를 돌아다니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 <이끼숲>은 사고로 유오가 죽고 보험처럼 만들어 둔 그의 클론마저 폐기한다는 소식에 친구들이 나서 유오의 클론을 식물이 살아있다는 돔으로 데려가기 위해 힘을 합친다.

소설을 소설로만 읽을 수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지구의 환경은 파괴되고 임금 인상을 위해 노동자들은 회사와 협상하려하지만 회사는 용역업체를 내서워 뒤로 물러나고 파업에 함께 하지 않은 동료는 죄인이 되고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의 최후는 처참해진다.

가족 일원 중 치매 환자가 생기면 가정은 파괴되고 원하든 원하지않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이는 낙오자가 되는 세상이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을 갈아넣는 세상이 지금의 현실인 것도 슬픈데 미래에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니 후대에게 미안해진다.
부디 천선란의 소설이 몇 세대 뒤에 읽혔을때는 조상들의 괜한 기우였길 바라며 그들의 세상이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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