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 제2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희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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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된 제2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오랜 기간 영화 등의 음향 기술자로 일해 오던 작가의 첫장편이라고 한다.
제목의 “탱크”는 살상 무기인 탱크가 아닌 무언가 저장할 수 있는 구조물로 소설 속에서는 기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의 의미로 쓰인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산 속에 자리한 5평 남짓의 탱크는 예약제로 운영되며 ”믿고 기도하여 결국 가장 좋는 것이 내게 온다“는 믿음으로 소수의 사람들이 찾는 기도처다.
이복자매인 황영경과 손부경은 탱크를 설치하고 사람들을 그 곳으로 부른다.

탱크를 찾는 사람 중 도선은 젊은 시절 시나리오 작가로 성공할 듯하지만 결혼에 실패하고 성공 후 미국에 두고 온 딸과 함께 하기를 소원하며 기도한다.
커밍아웃 후 집을 나온 둡둡도 탱크를 찾고 둡둡과 함께 살지만 탱크를 믿지 않는 친구 양우는 어느 날 그 사건에 한 가운데 서게 된다.

탱크 속 인물들은 탱크를 찾아 기도하는 사람들과 탱크에 관련이 있으면서도 탱크에서 하는 기도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다.
어떤 이들은 “자율적 기도 시스템”인 탱크를 사이비 종교의 시작으로 보고 걱정하는 가하면 어떤 이들은 자신을 진짜 들여다볼 수 있게 도와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읽은 ‘탱크’는 공간이 주는 의미의 탱크가 아닌 그 곳으로 향하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에 관한 이야기였다.
둡둡에게 던진 시선이 조금만 부드러웠다면 부모는 자신을 집이라는 공간에 가두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겨울엔 춥고 여름엔 뜨거운 탱크가 아닌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체온이 있고 그들을 이해해 주는 존재가 있었다면 그들은 탱크로 향하지 않았을 것이다.
먼 길을 걸야가야 만날 수 있는 탱크는 아니지만 누군가의 탱크가 되고 싶다는 거대한 꿈을 꾸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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