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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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작가는 “더 셜리 클럽”으로 알게 됐다.
셜리라는 이름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의 연대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나,나, 마들렌”역시 달콤한 제목과 가벼운 느낌의 표지 그림을 보고 비슷한 소설일 것이라 생각했다.
모두 7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느낌이었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 주는 이야기들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연된 서울을 탈출해 전남편이 있는 강원도로 향하는 ‘나’와 소년의 이야기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속에서 진짜 무서운 건 감염자가 아니다.
비감염자이지만 ’트럭 운전수’야 말로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다.
‘젤로의 변성기‘는 나이든 여자가 느끼는 불안과 젊은 후배에게 느끼는 미묘한 감정이 사랑인지 부러움인지 생각하게 한다.

’한나와 클레어‘는 호텔 숙박객과 룸메이드인 젊은 두 여성이 전혀 다른 위치에 있는 것 같고 상하관계같지만 다른 장소에서는 언제든 그 위치가 바뀔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세네갈식 부고‘ 속 ‘나’는 대학 시절 학교의 생활도서관의 관장이었던 친구 ‘드가‘의 죽음 후 그를 애도하기 위해 도서관에 불을 지를 계획을 세운다.

‘김수진의 경우’의 김수진은 성별 정정까지 한 트랜스젠더로 인공 자궁 이식 수술 후 임신을 준비한다.
📚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지만(태어날 때부터 여자였는데 어째서 여자가 되고 싶어야 하는가?)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아주 어릴 때부터 해왔다.(p159~160)

‘나,나, 마들렌’은 나와 함께 사는 마들렌의 성폭력 사건의 재판이 열리던 날 또 하나의 내가 등장한다.
존경했던 소설가에 대한 마음과 마들렌에 대한 마음이 충돌하며 두 명의 ‘나’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실제로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매순간 하나로 결정하지 못한 마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가장 슬프게 읽은 ‘마치 당신 같은 신’은 희귀병에 걸린 ‘한동희’가 얼마나 많은 시간 자신이 병에 걸린 이유를 되짚어 생각했을 지 마음이 아프다.
한동희는 ‘나‘는 어린 시절 기억에도 없는 내가 했던 죽으라는 말때문에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내가 신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할 수 있다 아이가, 신이니까. 니 때문에 아팠으니까 언니 니가 낫게 해도“ (p264)

2018년에서 2022년 걸쳐 쓰인 소설들은 한 작가의 소설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와 현실에서 일어남직한 일들, 그리고 퀴어적인 소설과 sf적인 소설도 수록되어 있다.
모두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은 정형화되지 않고 때로는 용감하게 때로는 자신의 마음을 하나로 정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이 하나 하나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다.
부디 ’나‘의 기도가 한동희의 병세를 호전시키길 ’한나와 클레어‘가 다른 곳에서 만났을 때는 웃는 낯으로 만날 수 있기를.
자동차를 바꿔가며 강원도로 향하는 ’나‘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빌어본다.
무엇보다 다정하고 달콤할 줄만 알았던 박수련 작가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한겨레출판의 하니포터6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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