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217일째 홀로 이곳에 있다.지구 표면으로부터 약 7만 2천 키로미터 떨어진,대기권을 아득히 벗어난 이곳,궤도 엘리베이터의 카운터웨이 끝에. (p9)우주가 아닌 소설의 배경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으로 바꾼다면 어떤 사건과 많이 닮아있다.이렇듯 소설집에 실린 7편의 소설은 우리가 겪었고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계속되는 국가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한진중공업 정리 해고 사건을 모티브로 한 표제작 “바늘 끝에 사람이”는 sf 소설로 이야기의 배경이 현재보다 더 엄혹한 미래라는 사실이 공포스럽게 다가온다.소설 속 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육체를 갈아넣어 회사를 위해 일하지만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자 부품처럼 취급 당한다.노동자들의 대우가 점점 나아지는 게 아니라 몸의 일부를 기계로 바꾸면서까지 일해야 한다는 사실이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암담하다.이름조차 제대로 명명되지않은 제주 4.3을 다룬 ”할망의 귀환”과 ”단지“ 그리고 한국 전쟁의 참상과 학도병과 공양주 할머니라는 신비한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 “내가 만난 신의 모습은“,5.18민주화 운동에 대해 쓴 ”너의 손을 잡고“는 지나온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그리고 처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생겼을때의 적대적인 사회적 시선과 현재의 교권 추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안나프르나“와 공군 내 성범죄 사건을 다룬 ”창백한 눈송이들“처럼 현재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는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나는 지금 오랫동안 광주사태라고 불렀던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도시에 살고 있다.80년 오월에는 광주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살았지만 그날 트럭을 타고 광주로 올라가던 젊은 남자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90년대에도 우리는 그날의 광주를 이야기할때는 목소리를 죽였지만 지금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잊을만하면 간첩의 소행, 북한군 개입설이 나오고 빨갱이,폭도라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리고 포탈에 광주 관련 뉴스의 댓글엔 차마 옮길 수 없는 말들을 싸지르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소설은 이렇듯 해결되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문제를 여러 장르를 통해 직시하게 한다.왜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을 외우면서 국민이 먼저가 아닌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지 묻고 싶다.국민이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고 국가는 당연히 국민보호를 최우선해야 한다.어떤 르포르타주보다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소설이여서 읽고나서도 한참을 망설이다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다.지금의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 지 제대로 알기 전에는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아는 순간 그 잘못을 고쳐나갈 수 있을 것이고 사회는 더디지만 좋은 쪽 변해 갈 것이다.🎁한겨레출판의 하니포터6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