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이 아무리 과학의 원리와 사실의 기반 위에 상상력을 가미한 장르라고 해도 현실과 너무 멀리 떨어지거나 현재의 가치관과 동떨어진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다.아무리 먼 우주에서 펼쳐지는 미래에 관한 이야기라도 우리가 현재 안고 있는 고민이나 문제를 다룰 때 그것은 더 이상 공상과학소설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그런 의미에서 <17일의 돌핀>은 sf소설로 분리되었지만 다른 어떤 소설보다 현재의 우리 사회와 인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모두 8편의 소설은 디스토피아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래도’라는 위안을 얻는다.앞으로 가는 사람 이쿠와 뒤로 가는 사람 진의 이야기인 ‘17일의 돌핀’은 앞,돌핀,미래와 뒤,17일,과거라는 단어들의 조합만큼이나 어울릴 수 없는 사람들의 관계맺기와 그 관계 끝을 보며 현실에서도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벽을 사이에 둔 사람들을 대입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재생되는 소녀’의 후속 이야기인 ‘My First Bunny’는 같은 인물이 등장한다.‘재생되는 소녀’에 등장하는 여자가 진이 다 빠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면 ‘My First Bunny’속 여자는 외계에서 온 생명체의 숙주가 되지만 임신을 하고 그 생명체는 자궁을 향한다.그래서 부모에게 자식은 외계에서 온 생명체만큼이나 어려서는 다루기어렵고 다 자라서는 이해하기 힘든 존재인가 보다.가장 마음이 쓰이는 이야기는 ‘외계인이 냉장고를 여는 법’이다.엄마는 이해할 수 없는 아이의 행동에 힘들어하며 자신이 외계인을 낳았다고 생각한다.확실한 병명이 제시되지 않지만 자폐증을 가진 아이쯤으로 생각하고 소설을 읽어도 될 것 같다.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과 그 아이를 보는 타인의 눈 그리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된다.과연 내가 그 아이를 만난다면 불안하거나 염려하고 걱정하는 눈이 아닌 그 모습 그대로 볼 수 있을 지 생각해보게 된다.잠깐 머물다가 멀어진 관계와 소식을 알 수 없는 혈육과 가난한 빈민가의 아이들이 등장하지만 그 속에도 사랑이 있고 존재만으로도 외롭지않은 서로가 있기에 우리는 살아간다.그리고 각자의 짐을 지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자가 남겼던 말을 되새기게 된다.“당신은 당신의 전쟁으로부터 자유로운가요?”(p219)처음 알게 된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된다.🎁넥서스(앤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한 느낌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