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오랫동안 생계형 번역가이자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한 저자의 첫에세이다.”(책 날개에서)저자는 나도 읽은 적이 있는 ‘그리스인 조르바’와 ‘그리스로마신화’ 번역가로 유명한 고 이윤기 선생의 따님으로 자신의 삶을 돌보는 물건들의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3부로 이루어진 에세이는 1부에서 ‘내가 돌보는 물건,나를 돌보는 물건’들을 소개하고 있다.고인이 된 아버지의 책과 책장에 관한 일화에 등장하는 1톤이 넘는 책장의 크기를 상상해 보며 부담스럽기도 하겠다 싶다가도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수 없다.오랜시간을 함께 한 할아버지가 사주신 바이올린과 수고로움 뒤에 얻은 웨딩드레스 이야기는 물건에 깃든 추억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침대 밑:불안을 파는 산업을 읽으며 서른 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암 판정을 받고 비싼 인모 가발을 산 저자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기도 한다.2부의 ‘충동이 없으면 지불하지 않는다’를 읽으며 물건을 버릴 때의 원칙에 크게 공감하게 된다.📚 일단 물건으로 공간이 너무 꽉 차지 않도록 자주 버린다. 다만 버릴 때 앞으로 내가 이 물건을 쓸 것인지는 묻지 않고, 그동안 내가 썼는지를 묻는다.옷이라면 앞으로 (그러니까 살 빼고 난 다음,아니 살이 빠진 다음에)입을 것인지가 아니라 그동안 입었는지를묻는다.주방 기구나 그릇이라면 그동안 밥을 짓고 먹는 데,차를 끓이고 마시는 데 사용했는가. 앞으로 나를 기쁘게 할 물건인가 묻기보다 그동안 나를 기쁘게 했는가 묻는 것이다. (p106)물건이라는 건 꼭 필요한 사람,필요한 자리에 있을때 그 존재를 증명한다는 간단한 진리를 얻으며 작가의 물건 고르는 안목과 더불어 버리는 지혜까지 덤으로 얻었다.그리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언젠가 우리를 구원한 존재’라는 말에 크게 동의하며 높이 쌓인 책탑에 관대한 눈길을 줘 본다.마지막 3부 ‘살기 위해 사고,사기 위해 산다.’의 산수유나무 관련 이야기를 읽으며 오래된 산수유나무 한 그루를 베어낸 자리에 다섯 그루의 작은 산수유를 심은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결혼 전에는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살 때까지 끙끙 앓았다.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무리 사고 싶어도 경제적인 문제와 함께 도저히 물건을 사러 나갈 시간이 자유롭지 않다보니 그 증상은 차츰 가라앉았고 지금은 나이를 먹다보니 특별히 사고 싶은 것도 없게 돼버렸다.단 한 가지 도저히 포기 못하는 물건이 있으니 바로 책이다.저자가 아버지 책과 책장에서 느끼는 마음을 자식에게 부담으로 남기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아직은 덜어내기가 쉽지않다.어쩌면 책에 대한 욕심까지 사라진다면 그때는 인생의 끝자락일 것이라는 생각도 드니 영원히 버리지못할 욕심일 수도 있겠다.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작은 금액으로 큰 행복을 얻으니 가족들이 참아주는 수 밖에.🎁한겨레출판의 하니포터6기로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