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피 페이지터너스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빛소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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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는 온 세상을 여행하던 남자 실비오는 유산을 탕진하고 이제는 늙고 가난한 홀아비로 고향에 돌아와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사촌인 엘렌 부부와 그의 가족들은 큰딸인 콜레트의 결혼을 알리기 위해 실비오를 찾아오고 완벽한 결혼 생활을 하는 부모를 본보기로 삼으며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결혼 후 자식까지 낳고 잘 사는가 싶던 콜레트의 남편이 익숙한 다리에서 떨어져 익사하게 되고 감춰 왔던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

 

페이지터너라는 시리즈에 걸맞게 재미있다.

불행한 노년을 보내는 남자의 이야기인가 싶더니 살인 사건과 출생의 비밀까지 등장한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감정을 간단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에게는 추악한 욕망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모든 것을 다 버릴 수 있는 지상 최대의 감정일 수도 있으니 타인의 사랑에 대해 어떤 충고도 입에 올릴 수는 없다.

사랑의 옳고 그름은 따질 수 없지만 다른 이의 가슴에 고통을 안긴다면 그것을 응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사랑을 했고 사랑을 하고 있다.

실비오만 현자처럼 사랑을 잊은 듯 살아왔지만 그 역시 책임이 따르는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젊은 날의 뜨거운 피를 주체할 수 없었을 뿐 책임지지 않는 사랑은 더 큰 불행을 낳는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릴 적 감히 사랑이라 생각하며 행했던 일들이 부끄러운 기억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시절의 사랑을 잊어버리고 싶지는 않다.

그때는 그 사랑이 옳았고 그런 사랑의 경험으로 지금의 내가 존재하니 다른 이를 울리는 사랑이 아니라면 마음껏 사랑하라고 하고 싶다.

뜨거운 피는 언젠가 식는 것 그때 재앙으로 되돌아오지 않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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