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국 소설의 첫 만남 10
김애란 지음, 정수지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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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칼끝에는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인 사람의 무심함이 서려 있다. 어머니는 내게 우는 여자도, 화장하는 여자도, 순종하는 여자도 아닌 칼을 쥔 여자였다.(p7)

어머니는 1500원 짜리 특수스댕으로 만든 칼로 이십여 년을 맛나당 간판으로 국숫집을 하고 살았다.
그리고 그 끝도 국숫집 부엌 바닥이었다.

나는 싫다.
이렇게 자신의 몸을 돌보지않고 희생하는 여자들이 싫다.
너무 싫어 눈물이 난다.

다만 아버지에게 애인이 있는 것처럼 어머니에게도 남자가 있길 바랐다.노동 후 잠든 어머니의 잔등을 쓸어 주고 주름진 얼굴을 만져 줄 수 있는 그런 손길이(p47)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머니라는 이유로 힘들게 살면서도 그게 당연한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가 싫다.
아무리좋은 세상이라도 엄마다움 아내다움을 앞세워 나다움을 잃어가는 게 싫다.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시대는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가슴을 치게 하는 김애란 작가의 글과 정수지 작가의 그림이 어울려 더더욱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울면서 싫다고 말하다 나도 모르게 앉은 자리에서 두 번을 내리 읽었다.

창비는 참으로 친절하다.
이 책을 마중물 삼아 칼자국이 수록된 침이 고인다 를 읽기를 권한다.
침이 고인다를 머지않아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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