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를 것이다”는 정보라가 아닌 정도경이라는 이름으로 2010년부터 환상문학웹진 거울에 게재한 소설 8편과 2018년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릭G에 게재한 1편과 새로 선보인 ‘비오는 날’로 채워져 작가가 쓰는 소설의 근간을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정보라 작가는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단편집과 소설 그리고 번역서를 여러권 출간했지만 작년 ‘저주 토끼’가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나 역시 저주 토끼를 시작으로 작가의 책을 읽었고 특유에 서늘하고 으스스함이 좋아 되짚어 읽어가고 있다.전해오는 이야기를 소설의 시작으로 하는 ‘나무’와 ‘산’은 소외된 계층을 떠오르게 한다.특히 ‘나무’는 의지할 곳 없는 두 소년이 누구의 방해도 받지않은 숲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단지 딱딱한 개암 한 알을 던졌을 뿐인데 받게 된 형벌을 보면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누군가를 생각하게 한다.어디서 온 지 모르는 ‘머리카락’ 씨앗이 온 세상을 덮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존재에 중독된 남자이야기인 ‘가면’은 자꾸만 벽의 얼룩을 찾게 한다.‘Nessun sapra’와 ‘완전한 행복’은 작가의 전공을 살린 이야기로 실제 번역서인지 작가의 창작물인지 착각하게도 하고 실제 동토의 땅 어디쯤 복수를 꿈꾸는 남자의 수기를 읽는 기분을 들게 한다.특히 ‘Nessun sapra’는 사랑하는 남자를 ‘어느 구덩이 속의 이름없는 시신으로(p368)’ 둘 수 없었던 여인의 선택이 잔인하고 기괴해 더 애처롭다.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행복하지 않다.‘금’의 남자도 미래에서도 다시 돌아온 현재도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적응하지 못하고 ‘물’에 등장하는 남자 역시 여자일 수도 물일 수도 외계인이라 수도 있는 존재를 보내면서 자신은 자유롭지 못하다.연약한 여자는 자신을 희생해 어머니를 옮길 들 것을 만들고 누군가를 위해 최선을 다 했던 여자는 미친년이나 스토커 취급을 받는다.그래서 더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게 된다.📚나의 이야기는 교훈이 없다.나는 독자에게 교훈 같은 걸 줄 만큼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앞에서도 썼듯이 나는 한때 뭘 아주 몰랐던 사람이고, 지금도 별로 뭘 아는 것 같지않다. 그러나 노력하고 있다.노력만큼 성과가 있는지,올바른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노력을 하는 편이다.📚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좋아한다.이야기의 효용 자체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세계를 상상 속에서 경험하는 것.내가 직접 겪은 일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듣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다른 삶의 이야기일 뿐이다.어쩌다 보니 작가의 말을 너무 길게 가져온 것 같다.나는 교훈을 주지않고 비현실적인 이야기인 정보라 작가의 소설이 좋다.읽을 때면 고약스러운 면이 있지만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 중독된 듯 다시 책을 뒤적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읽을 때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모골이 송연하지만 잠을 못 이룰 정도는 아니니 딱 적당한 공포와 두려움은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가끔은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출판된 책은 독자가 새로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이니 내 맘대로 읽고 내 맘대로 느끼고 풀이한다.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쓰지만 언제나 현실을 직시하고 딱 땅을 딛고 서 있는 작가의 행보를 보며 언제나 응원하고 지켜볼 것이다. 🎁출판사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