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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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형사와 탐정이 등장하는 미스터리,추리 소설과 살인이나 탐정이 등장 하지 않고 인간의 내면을 다룬 소설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외사랑은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형사가 등장하지만 여타의 추리 소설과는 다른 느낌의 이야기다.

대학 시절 함께 미식 축구를 했던 친구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 매년 11월 세번 째 금요일에 모임을 갖는다.
왁자지껄한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쿼터백이었던 니시와키 데쓰로는 여자 매니저였던 히우라 미스키를 만나 함께 집으로 간다.

미스키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고 자신이 여자의 몸에 남자의 마음을 가졌다는 비밀과 함께 같은 바에서 일하던 호스티스를 스토킹한 남자를 살해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데쓰로와 그의 아내이자 함께 매니저를 했던 리사코는 미스키가 자수했을 경우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남자가 되기 위해 치뤘던 고통들이 물거품이 되는 걸 염려하며 그를 경찰에 잡히지 않게 보호하기로 한다.

단순한 살인 사건인 줄 알았던 이야기는 친구의 비밀과 함께 그들이 서로 도우며 자생한 모임의 숨겨진 비밀이 얽혀 여러가지 화두를 던져준다.
이 소설은 1999년 8월 26일부터 2000년 11월 23일까지 <주간문춘>에 연재된 작품이다.
22년 전 젠더 이슈를 다룬 소설을 썼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작가의 소설은 우리나라에 많이 번역되고 많이 읽히고 있지만 그 중 재미가 떨어지거나 예전 작품이 재번역되는 경우가 있어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읽기 전 재번역된 작품임을 알고 읽었지만 위화감이 들거나 실망하지 않았다.

이 소설이 출간될 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의 커밍아웃 연예인 홍석천이 있었고 그 다음 해인 2001년에 성전환수술을 한 연예인 하리수가 등장했다.
그때까지 나는 인간은 여자와 남자만으로 분류된다고 생각했던터라 그들의 이야기에 놀랐고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20여년이 지난 오늘의 나는 아직도 그들을 다른 눈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 뿐이지. 그게 바로 남녀는 서로 다르다고 생각한다는 증거야. 똑같이 생각하면 애당초 차별이라는 단어 자체가 머리에 떠오르지 않지.”(p443)
남녀를 다르다는 고루한 생각을 갖고 있던 내가 세월이 흘렀다고 감히 LGBTQ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이해한다고 하지만 진짜 그들이 겪는 부조리와 불합리, 차별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쩜 나 역시 입으로는 그들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있다는 말뿐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들은 나의 노력이나 이해라는 단어 역시 불쾌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20여 년전 작가가 던진 젠더 이슈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
포털의 큐어 축제 뉴스에 달린 댓글을 보며 사람의 생각과 글이 이리도 무서울 수 있나 생각해 보게 된다.
다수결의 의해 결정되는 사회에서 소수자 의견 역시 존중되어야 하는 것처럼 성소수자 역시 부당한 대우가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진짜 건강한 사회가 아닌가 싶다.
언제나 소수의 의견을 살피라고 하고 어떤 경우에는 소수들에게 당신들이 잘못됐다고 바꾸라고 하니 어떤 게 옳은 것인지는 조금만 관심을 갖고 생각해 보면 정답이 나올 문제이다.

미식 축구의 포지션에 따라 미묘하게 형성된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따라가다보면 시간이 자나도 변하지 않는 그들의 우정이 한편으로 부럽다.
행복해지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 성소수들의 이야기가 예전 이웃 나라에서 쓰인 소설 속 이야기만이 아니것이 마음 아프다.

🎁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아 읽은책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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