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배경은 일본의 전국시대다.15세기 중반부터 16세기 후반까지 사회적, 정치적으로 혼란이 계속되는 내란의 시기로 우리나라와도 무관하지 않는 시대이다.비교적 평안했던 에도시대의 서민들의 이야기는 즐기지만 본격 역사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않은 탓에 읽기가 망설여졌다.책을 덮고 난 뒤의 감상 한 줄은 “안 읽었으면 후회할뻔 했다.”다.오다 노부나가의 무장이었던 아라키 무라시게가 주군인 오다를 배신하고 그를 따르는 군사를 이끌고 아리오카성으로 들어가 저항을 시작한다.무라시게를 설득하기 위해 찾아온 오다의 군사 구로다 간베에를 지하 감옥에 가두는 것으로 결사항쟁의 뜻을 전한다.한편 힘을 합치기로 한 모리 가문은 오지 않고 성안에서는 기괴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무라시게는 지하 감옥의 구로다 간베에를 찾아간다.우리나라 역사도 아닌 잘 모르는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이라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하지만 역사 소설이 아닌 추리 소설로 읽는다면 훨씬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존 인물들이다.역사 속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겨울부터 다음 해 가을까지 아리오카성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들을 풀어가는 과정은 시대배경만 전국시대일뿐 추리과정은 현대를 배경으로한 추리소설과 별반 다르지 않다.겨울의 인질 살해, 봄의 수훈 다툼, 그리고 여름의 철포 저격(p460)들을 겪으며 무라시게는 범인을 찾기 위해 조사하고 고뇌하다 마지막에 지하 감옥의 간베에를 찾아가고 간베에는 답을 쉽게 내놓지 않고 변죽만 울리곤 한다.간베에의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지만 무라시게는 아리오카성에 갇히는 형세가 된다.오랜 시간 외부와 왕래할 수 없었던 성안의 백성들의 민심은 흉흉해지고 군대의 기강은 흐트러져가기만 한다.소설은 서장 인(因)과 종장인 과(果)를 중심으로 두고 있다.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대부분은 자신이 하는 행동의 결과를 예상하고 행동하지만 가끔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맞기도 한다.구로다 간베에가 선택한 행동의 이유도 타당하고 이해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벌어진 일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더 마음이 아프다.마지막 역사 속 인물들의 끝을 읽으며 대작 영화를 한 편 본 느낌이다.무라시게는 다인이 삶을 살며 천수를 누렸고 간베에는 존경받는 역사적인 인물로 드라마, 영화는 물론 여러 문학작품에 등장한다고 한다.위정자인 그들과 대비되는 이름 한 자 남기지 못하고 죽어간 백성들의 고통이 얼마나 크고 힘들었을지 짐작이 되기에 이웃 나라의 옛이야기로 읽고 넘기기에는 가슴이 아프다.📚‘신벌보다 주군의 벌을 두려워하라. 주군의 벌보다 신하와 백성의 벌을 두려워하라.’ ‘신하와 백성의 마음이 떠나면 반드시 나라를 잃는 법,기도하고 사죄해도 그 벌은 피할 수 없으리라.’ ‘그렇기에 신벌, 주군의 벌보다 신하와 만민의 벌이 가장 두려우니라 .’ (p523)❌300여 년 전 간베에가 남긴 교훈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것 같아 마음이 시끄러운 나날이다.부디 국민들을 두려워하고 백성들이 내리는 벌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높이 있는 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