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중궁궐 심처에 살다 임금의 선택을 받지못하면 죽었을때에야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운명을 가진 이들이 궁녀들이다.오직 임금만을 바라보는 그들의 삶이 어땠을지는 현재의 우리는 짐작하기도 어렵다.그런 그들이 서로 의지해가며 살아가는 궁궐에서 몰래 기담자리를 만들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다.때는 조선 3대 왕인 태종 6년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태조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나 임금이 된 그가 얼마나 많은 피를 불렀을지는 익히 아는 이야기다.신하는 물론 피붙이까지 해 했던 그의 마음이 평안하지 않았다는 건 다 아는 이야기다.첫 장에 등장하는 “궁녀 규칙 조례”와 태종 시대라는 역사적 사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기담이라는 믿지 못할 신기한 이야기가 허구인듯 사실인듯 독자를 헷갈리게 한다.소설은 궁녀들과 궁주가 이야기하는 기담을 하나하나의 단편으로 이해하고 읽을 수도 있고 괴이한 하나의 장편으로도 이해할 수도 있다.외전을 제외하고 모두 다섯장으로 된 이야기는 한밤중에 우는 고양이매를 두려워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야행성인 고양이매가 밤에 우는 게 당연하지만 임금은 자신의 과오때문에 새의 울음에 큰 의미를 두고 불길함을 느끼며 물리치려하고 궁궐 안에 사는 이들 역시 공포에 떤다.여자라는 이유로 온갖 희생을 감수하다 종내는 비비의 먹이가 돼버린 가엾은 여자의 미래와 주인을 따라 새로 들어온 궁에 누구와도 아울리지 못하다 사라져버린 여자가 정말 병화어였을까 궁금해진다.서묘는 한치 앞도 보지 못하고 당장에 이로움만을 얻기 위해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우리에게 경고를 날리는 듯해 소름이 돋았다.최고의 자리에 앉은 임금이 굳건하지 못할 때 백성이 느끼는 공포는 꼭 옛 이야기에만 나오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다.그래서 희생하면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옛이야기나 기담으로만 읽기에는 미안해진다.이야기 끝에 나오는 괴이도감을 읽으며 작가님이 참고했다는 곽재식 작가의 한국괴물백과를 읽어보고 싶다.아직은 궁궐에 전해지는 기담이야기의 맛보기만 보여준 느낌이다.왠지 경안궁주는 속 없는 듯 행동하는 게 복선인 듯하고 마노아와 백희에게 과연 어떤 내일이 펼쳐질 지 궁금해진다.그리고 지혜가 많아 귀신을 부릴 수 있다는 강수의 활약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출판사에서 선물 받아 읽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