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가의 새책이 출간되자마자 구입해 바로 읽지않고 가까이두고 여러 번 펼쳐만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이번에 “아라의 소설”이 그랬다.그래도 보름만에 완독했으니 정보라 작가님 책보다는 낫지 싶다.(정보라 작가님 책 두 권은 아직도 펼쳐보기만 수없이 하고 있다. 도서관 대출을 멈추면 바로 읽을 수 있는데 이게 뭔 일인지……) 정세랑 작가님의 책을 처음 읽은 건 “피프티피플”이었고 그 뒤 직가님의 소설은 거의 다 읽은 듯하다.나에게 작가님은 순하고 따뜻한 마음을 갖고 그 마음을 글로 남기는 분이다.그가 쓰는 호러나 스릴러도 그럴 것 같은 분이다.그래서 나는 작가님이 좋고 그의 글들이 좋다. 엽편소설(葉篇小說)의 뜻을 포털에서 찾아보니 [나무위키] 설명에 “나뭇잎 넓이 정도의 크기에 담아낼 수 있는 소설을 가리키는 말로, 단편소설보다도 짧은 소설을 말한다.”라고 설명되어 있다.장편이나 중편소설은 길이가 있다보니 전후 사정등의 긴 상황설명이 포함되기 마련이고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등장인물들을 통해 자세히 설명된다.하지만 나뭇잎 넓이의 엽편소설은 짧아서 더 솔직하고 담백하고 길게 끌지않고 할말만 단도직입적으로 해 읽기가 편했다. 모두 19편의 소설과 두 편의 시가 수록된 책은 작가님이 어떤 사람인지 그의 글을 처음 읽어봐도 알아챌 수 있을 것이고 아마 그 느낌이 맞을 것이다.‘아라의 우산’의 아라가 작가님가 가장 닮지 않았을까 한다.“파인애플 가죽으로 만들어. 버섯 가죽이나……..그게 아니면 안 사.돈이 있어도 안 산다고.”(P181) 작가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소설집에는 소설 끝에 친절하게도 글을 쓴 계기를 따로 적어두고 있다.“마스크”를 읽고는 코로나 팬더믹을 겪으며 쓴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2019년에 30년에서 50년 후의 뷰티 프로덕트를 상상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쓴 글이라는 데 지금 이 암울한 시대 마기꾼과 마해자라는 신조어를 예상하고 쓴 글처럼 느껴져 놀라웠다. 애서가고 독서가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소설 “현정”은 작가님의 서재를 잠깐 들여다 본 기분이라 가슴이 벌렁거렸다.모르는 책 투성이라 급우울했다 도나 타드의 황금 방울새와 로알드 달의 마틸다를 보며 공통점을 찾은 것 같아 금새 기분이 좋아졌다.아무래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책 몇 권은 찾아 읽을 것 같다.정세랑 작가의 소설에 모두 백점을 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는 작가님의 글을 좋아하고 다음 책을 기다리고 있다.오늘은 다른 책들처럼 처음부터 차례차례 순서대로 한번에 읽었지만 아마도 오랫동안 가까이 두고 순서없이 읽을 것 같다.겨울이 오면 따뜻힌 이불 속에서 귤을 까먹으며 “애인은 제주도 사람이다”를 읽을 것이며 그 글이 지역 명인이 만든 식초를 위한 소설이라는 데 다시 놀래며 샐러드에 감귤식초를 뿌려먹을 지도 모르겠다.